녹차는 우리나라 차(茶)고, 보이차는 중국 차인가요?

by wise

지난 차회를 열던 중에 오셨던 한 손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녹차는 한국 차고, 보이차는 중국 차인가요?”

차를 처음 접하면 이렇게 말하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정말 그럴까요?
보이차가 중국에서 온 차라는 건 매체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실 수 있지만, 그렇다면 녹차는 정말 한국 차가 맞는 걸까요? 언뜻 들으면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표현은 차의 기원과 성격을 다소 단순하게 이해한 데서 나온 말입니다.


먼저 녹차를 살펴볼까요. 녹차는 찻잎을 수확한 뒤 발효를 억제해 푸른빛과 신선한 맛을 살린 비발효차입니다. 증기에 찌거나 고열에 덖어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원산지는 중국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녹차는 기원전 2737년경 신농씨 전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나라 시대 육우(陸羽, 733~804)가 쓴『다경(茶經)』이라는 책은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이자 고전입니다. 차의 기원과 재배, 제조, 음용, 기물, 예법, 문화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오늘날까지도 차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죠.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통일신라 시대 불교문화와 함께 차가 전래된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다도와 선차 문화로 깊이 뿌리내렸습니다. 특히 한국 녹차는 덖음차 중심이라 증기로 찌는 일본식 녹차와는 또 다른 풍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녹차는 ‘한국 고유’의 차라기보다 동아시아 전통차의 공통 뿌리를 지닌 차이며 한국식으로 발전해온 녹차 문화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보이차는 어떨까요. 보이차는 이름부터 중국 차의 대표격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중국 윈난(雲南) 지역에서 생산되는 후발효차로 발효와 숙성을 거쳐 깊은 향과 맛을 만들어냅니다. ‘보이(普洱)’는 윈난성의 지명으로 예로부터 차마고도를 따라 티벳과 내륙으로 차를 운반하던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찻잎 덩어리를 ‘보이차’라 부르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중국 국가 지정 보호 품종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기원과 생산 모두 중국에 뿌리를 둔 차가 맞습니다.


정리하자면 녹차는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즐겨온 전통차이고 한국형 덖음차로 고유한 맛과 향을 지니며 발전했습니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후발효차입니다. 녹차는 담백하고 신선한 풀향과 부드러운 떫은맛이 특징이고, 보이차는 구수하고 묵직하며 흙내음 나는 발효향이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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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차를 이해할 때 그 나라 고유의 떼루아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한 잔이 담고 있는 문화와 마음입니다. 그래서 차를 어떻게 마시고 어떤 마음으로 즐기느냐에 따라 더 깊은 의미를 갖게 됩니다. 만약 한국 녹차를 찾는다면 ‘하동 야생차’나 ‘보성 유기농 덖음차’처럼 지역 이름이 붙은 제품을 찾아보세요. 지역의 풍토와 사람의 손길이 스며든 한 잔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이야기를 전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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