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녹차입니다.
마트 진열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어릴 적 식사 후에 마셨던 ‘녹차 한 잔’의 기억도 많습니다. 어떤 식당에서는 티백을 넣어 시원하게 우린 녹차를 물처럼 내어주기도 하지요.
이처럼 녹차는 보리차나 숭늉처럼 우리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차입니다.
그러다 보면 문득 이런 궁금증이 고개를 듭니다.
“그럼, 녹차 말고는 어떤 차들이 더 있는 걸까?”
그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차의 '가족 구성'을 들여다봐야 해요.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 이름은 다 달라도, 사실은 모두 같은 찻잎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차나무(Camellia sinensis)라는 식물의 잎이에요.
그렇다면 왜 이름이 다 다를까요?
그 이유는 ‘찻잎을 어떻게 가공했는가’, 특히 발효를 시키느냐 마느냐, 얼마나 시키느냐에 따라 차의 색, 향, 맛,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랍니다. 차의 세계에서는 보통 이 가공 방식에 따라 ‘대 다류’라는 이름으로 차를 구분합니다. 이 여섯 가지는 마치 차의 ‘6남매’처럼, 서로 닮은 듯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어요.
✅ 1. 녹차(綠茶)
찻잎을 따자마자 바로 덖거나 찌기 때문에 발효가 거의 되지 않습니다. 담백하고 연두빛이 감도는 신선한 차예요. (예: 한국 보성녹차, 일본 센차)
✅ 2. 백차(白茶)
아주 어린 찻잎을 살짝 건조시키기만 해, 최소한의 자연 발효가 일어납니다. 순하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에요.(예: 중국의 백호은침, 수미)
✅ 3. 황차(黃茶)
가볍게 가열한 찻잎을 습기와 열을 이용해 덮어두는 '민황(悶黃)'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찻잎이 부드럽게 산화되어 황색을 띠게 됩니다. 녹차보다 부드럽고, 백차보다는 풍부한 맛이 나요. (예: 중국의 군산은침, 몽정황)
✅ 4. 청차(靑茶)
발효도를 10~70%까지 다양하게 조절해 만드는 '부분 발효차'입니다. 발효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매우 다채롭습니다. 향은 화사하고, 맛은 진하면서도 깔끔해요.
(예: 중국의 철관음, 대만의 동방미인)
✅ 5. 홍차(紅茶)
완전히 발효된 차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단맛, 붉은 빛깔이 특징이지요.
(예: 인도의 아삼, 다즐링, 중국의 기문홍차)
✅ 6. 흑차(黑茶)
찻잎을 쌓아두고 습기와 열을 가해 미생물을 번식시키는 ‘악퇴(渥堆)’라는 과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발효시킵니다. 그래서 묵직하고 구수한 맛이 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더욱 깊어집니다.
(예: 중국 윈난성의 보이차, 후난성의 안화흑차, 안후이성의 육안차)
☕ 녹차는 시작일 뿐이에요
녹차는 ‘차의 입문서’ 같은 존재예요. 하지만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면 다채로운 색과 향, 시간과 정성이 빚어낸 6가지 차의 세계가 활짝 펼쳐집니다. 각각의 차는 계절처럼 또는 사람의 성격처럼 다르고 매력적이에요.
백차는 이른 봄 햇살 같은 차
황차는 가을 햇빛에 그을린 나무 같은 차
청차는 꽃 피는 봄길 같은 차
홍차는 겨울 오후의 따뜻한 담요 같은 차
흑차는 오래된 서재의 고서 냄새 같은 차
차는 이름보다 ‘맛과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해요. 마음이 따뜻한 날엔 백차처럼 부드럽게, 집중이 필요할 땐 홍차처럼 깊게, 그날의 감정과 컨디션에 따라 차를 선택해보시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답니다.
* 민황
: 찻잎을 찌거나 덖은 후, 아직 습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천이나 종이로 덮어 쌓아둡니다. 이때 찻잎의 수분과 열이 갇히면서 자연적으로 천천히 산화(발효)가 진행됩니다. 민황은 황차의 부드러운 맛과 향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단계이며, 녹차와 홍차의 중간적인 성격을 띠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