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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Jun 03. 2020

하루를 마인드풀하게 마무리하는 방법, 토킹서클

우리는 왜 매일 안좋은 일들만 기억하며 잠이 드는가

반복되는 일과 중에 우리 모두가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지는 노을이 배경이 될 때쯤 시작되는 토킹서클(talking circle)이다. 이 시간엔 프로젝트 참가자 모두가 둘러앉아 매일 2가지 질문에 답변하면서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매일 한 가지 질문은 고정이다. 


What’s your favourite moment of the day?

이런 그들만의 의식(ritual)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라고 말했다. 

첫 번째 이뉴는 부정적인 기분에서 우리를 분리시키기 위함이다. 보통 사람들은 하루 중 일어난 수많은 일 중에 부정적인 사건들만 되새김질하다가 잠이 든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오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아보려 하루를 천천히 돌아보면 ‘오늘 내가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이 기분보다는 훨씬 괜찮은 하루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모두가 ‘죽음’이라 생각하겠지만 죽음은 2위라고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죽음보다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대중 앞에서 말하기(public speaking)’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죽기만큼 무서워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크게 하는 것이라니 꽤 놀라웠다. 

크리스찬이 매일 고정 질문 포함 두 가지의 질문을 던지면 저 사진에 보이는 토킹 스틱을 패스하면서 대답한다. 물론 그날에 기분이나 질문에 민감도에 따라 대답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토킹스틱을 패스시켜 주면 된다. 나도 말하기 싫은 날 두 번 정도는 그냥 패스시켰다. 토킹 스틱을 건네받은 사람은 먼저 자기 이름과 태어난 곳을 말하고 대답을 시작하면 된다. 


이야기하는 사람 이외 다른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경청(mindful listening)한다. 


하루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지금 기억나는 대답들은 이렇다. 답변들은 대체로 일차원적이다. 


"오늘 유독 40도가 넘는 땡볕에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줌마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소리 지르며 뛰어나갔어. 그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는데 정말 사막에서 천국을 맛본 것 같더라, 아이스크림 아줌마가 내일 또 왔으면 좋겠어!!"





"오늘 구가랑 파트너가 되서 진흙 건물을 같이 만들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일을 했어. 정말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되더라고. 구가랑 나랑 관심사가 비슷해서 할 말이 끝이 없는거야! 오늘 구가랑 더 가까워진 게 가장 좋은 일이었어."




"오늘 자유시간에 책을 읽다가 친구들이 각자 시간을 보내는 걸 가만히 바라봤어. 여기서 오는 그 평화로운 기운이 너무 좋았어. 한 켠에서는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한 켠에서는 서로 마사지를 해주고, 또 한 켠에서는 누가 낮잠을 자고 있고..... 그 자유로운 광경을 바라보는게 너무 좋았어."



"피곤해서 낮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마무(여기서 키우는 야생 고양이)가 다가오더라? 안고 같이 자려고 잡았는데 안도망가고 옆에 꼭 같이 있는거야. 집에서 키우는 내 고양이 생각도 많이 나고 그리웠지만 이게 오늘 내 최고의 순간이었어."




"오늘 자유시간에 산책하는 길에 심장이 완전 녹아 없어지는 줄 알았어. 어느 집에 강아지가 막 아기 강아지들을 낳았나 봐. 소리가 나서 뒤 돌아보니가 작은 애들 두 마리가 나를 따라오는 거야. 너무 예뻐서 한참 안아주고 같이 놀다 왔어. 내일 또 보러 갈 거야~"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순간들은 이렇게 소박하다. 화려하지 않다.


사람들은 익숙해진 것들을 통해서는 계속해서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워 한다. 그것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쭉 함께하는 것이든,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한 일을 겪었든지 상관없이.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 


내 예를 들어볼까? 젊음의 패기 하나로 무작정 싱가폴로 떠나기 직전에 나는 싱가폴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 그때는 '싱가폴에서 직장 상사 눈치 안 보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꿈이 실현되고 반복되는 일상이 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싱가폴 생활은 '편리하고 익숙하지만 지루한 일상'으로 바뀌어버렸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편리하고 익숙해져 버린 일상에서는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행복은 마치 항상 내가 가지지 못한 소유물,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설레는 여행,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들 같은 외부 자극들에서만 올 것 같다. 화려한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행복을 위해 계속 새로운 자극을 찾아 열심히 밖을 해맸다. 아무리 채우려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결국 지쳐버렸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



이 곳에 찾아 들어오는 첫 날, 두명 중 한 명은 같은 경험을 한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는 답변이 하나 있다. 

"쏭타우(태국의 대형 택시 겸 소형 버스)에서 내려서 20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약도대로 길을 걸어가는데 우연히 지나친 로컬 주민이 나를 보더니 자기 차/오토바이에 무작정 타라고 손짓했어. (대부분 의심없이 그냥 탄다) 그리곤 이 캠프까지 데려다줬어. 이 더운 날씨에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3km 되는 길을 걸어 들어오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낯선 사람인 나를 도와줬다는 게 진심으로 고마웠어."


외딴 태국 시골 마을에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가 아니면 찾아올 외국인은 없다. 이걸 아는 로컬 주민들은 배낭을 멘 외국인을 보면 물어보지도 않고 프로젝트 베이스캠프로 데려다준다. 이 로컬 주민들이 단지 시간이 많아서 모르는 타지 사람들을 도와줬을까? 


이건 수년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로컬 주민들에게 선한 인상을 심어준 결과였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행복의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여유가 없을 뿐이다. 오늘 별생각 없이 지나쳐버린 순간에 대해 달리 생각해보면 그 별것 아닌 일이 정말 멋지고 감사한 일로 재해석될 수도 있다. 내게 토킹 서클은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행복을 알아차리는 습관을 만드는 연습시간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매일 바뀌는데 질문은 매우 다양하다.
"내 성격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과 없애고 싶은 부분은?"
"여자/남자로 태어나서 가장 좋은 점과 싫은 점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비법은?"
"지난 5년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살날이 한 달 남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너의 삶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은 누구인가?"

매일 바뀌는 질문에 대해 각자의 인생에서 소중한 순간과 힘든 순간을 공유하는 이 시간은 모두에게 많은 웃음을 줬지만 주제에 따라서는 함께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준 기억,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았던 기억, 죽고 싶을 정도로 외로웠던 순간,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 이야기, 고등학교 내내 왕따를 당해서 상처를 받은 이야기,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이야기, 성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 성 역할에서 오는 고정관념때문에 지친 이야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어려운 나에 대한 고민들... 영화 시나리오 같은 친구들 이야기들에 빠져들어 매일 1시간씩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폭우로 정전된 날 휴대폰 플래시와 물병을 사용해서 만든 빛 사이에서 토킹 서클 하는 중


각기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 속에 적어도 20년 이상은 살아온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나누는 이야기들은 낯설다기보다는 오히려 어딘가 묘하게  닮아있다. 두 번째 질문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질문은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우리 모두 돌아가며 비슷한 대답을 했다. '사랑,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충분한 돈과 시간....' 꽤나 괜찮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 크리스찬이 마무리하며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이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니즈(needs)가 있다는 말 자체가 어느 것에 의존하고 중독되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허그, 키스, 웃음, 가족, 연인같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모두 비물질적이라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The Best Things in Life Are Free 




돌아온 바쁜 일상 속 우선순위에서 가장 뒷전인 여행기 쓰기를 반대로 가장 먼저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글을 쓰려고 예전 사진을 보고 추억을 더듬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숨이 더 잘 쉬어진다. 혼자 되뇌인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예전같이 살고 싶지 않다.' 쓰면서 힐링받는 경험을 가진 게 얼마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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