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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Mar 26. 2023

현대사회에 보이지 않는 전염병, 외로움

혼자 있으나 같이 있으나 외롭다면

외로움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랐던 20대의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밖으로 내돌아다니며 보냈다. 


한국에서 지낼 땐 주변에 친구가 많고 가족이랑 함께 살아서 외로움을 거의 느껴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도가 심하다' 싶은 수준의 외로움을 느낀 건 싱가폴에서 사는 동안 오래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부터였다. 약속하지 않아도 주말을 항상 함께 보내던 사람이 없어지고 나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 감정들을 감당할 수 없어서 주말에 항상 약속을 만들어 밖에서 지냈다. 하지만 그 생활도 몇 개월 하다 보니 심신이 지쳐갔다. 


그 시절에 나는 혼자 있어도 스스로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혼자 밥 먹고 넷플릭스를 보는 게 점점 지겨워졌다. 언젠가 하루는 주말에 계속 혼자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오늘 갑자기 죽어도 아무도 모를 수도 있겠구나...


현대 사회엔 보이지 않는 전염병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외로움이다.

영국 성인의 13.6%가 외로움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었는데 실제로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운 것만큼이나 해롭다고 밝혀졌다. 외로움의 사회적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면 한화로 3조 5천억이 넘는 손실이라고. 외로움의 사회적 영향을 일찍이 깨달은 영국 정부는 2018년에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까지 만들어 국민의 외로움을 관리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의 사정도 궁금해지지 않는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33%를 넘겼다. 우리나라 세 가구 중에 한 가구는 혼자 살고 있다는 말이며 앞으로도 1인 가구의 비율을 꾸준히 늘어날 예정이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국인의 우울증 발생 비율도 1인 가구의 비율과 비슷하게 34%로 집계되었다. 더 안타깝게도 우울증 유병률은 OECD 1위인데 우울증 치료의 접근성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통계가 잘 보여주듯이 한국사회는 외로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전염병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자살률이 그 영향을 잘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스마트 시스템의 발전은 전 세계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연결시켜 줌과 동시에 또 사람들을 완전히 고립시키기도 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양날의 검이다.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외로움이 있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함으로써 해소되는 외로움이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도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이다. 두 번째 외로움이 바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외로움이다. 군중 속에 외로움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 사람들에게 항상 둘러싸여 있지만 뼛속까지 고독한 느낌. 누구 하나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느낌. 느껴본 적 있는가? 마치 대형 마트 안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과 같은 느낌이다. 


미국의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사람 중 62.5%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혼자 사는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는 비율은 26.7%에 그쳤다. 즉, 배우자와 함께 산다고 해도 외로울 수 있으며 혼자 산다고 무조건 외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유부남녀들이 종종 있다. 


"너는 결혼할 거면 늦게 해. 아니, 혼자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 나는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야. 싱글일 때 자유를 만끽해. 지금이 제일 좋을 때야."


이런 조언을 들으면 가슴속 깊숙이부터 이런 의문이 슬쩍 올라온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지금까지 혼자 살았다고 해서 행복했을까?


나는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함께여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대로 함께 있을 때 진정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혼자 있을 때도 진정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 때 뼈 속 깊은 외로움에 늪에 빠져 허우적 대던 내가

이제서야 겨우 혼자 있어도 스스로를 평온하고 안락하게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꽤 오랫동안 '외로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도 외로움과 외로움 비슷한 공허함을 자주 느끼고 살아가지만 예전만큼 외로움 때문에 고통받지는 않는다. 


혹시 지금 당신이 혼자여서 외롭든 함께 있어도 외롭다면 근데 당신 혼자 만의 이슈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외로움을 느껴본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조금은 안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외로움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음 글에선 내가 꽤 오랫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본 외로움의 본질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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