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힐링씨티 Jun 19. 2019

우리는 왜 비효율적인 사랑을 원하는가? 사랑에 대하여

There is only 'right wrong person' 


1년 전 막 블로그를 열었을 때 철저하게 건강, 여행, 일에 대한 글을 테마로 쓸 계획이었다. 


그 때 절친한 친구 하나가 사랑(오직 로맨스)에 대한 글도 써보는 것 어떠냐고 제안했다. 난 그건 너무 사적인 컨텐츠 아니냐며 쓰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싫어'라고 대답했다. 사실 나는 사랑에 대한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지금도 사랑에 대해 얼마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짧게 데이트만 하다가 스쳐간 사람 몇몇을 제외하곤 평생 두 세명밖에 안되는 사람을 꽤 오랜 기간 동안 만난 경험이 다인데 이걸로 내가 어떻게 사랑에 대해 모두 헤아리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누군가가 100명이 넘는 이성을 만나봤다고 해도 그 깊이가 닿지 않으면 사랑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가 남자/여자 좀 많이 만나봤다며 거들먹거리는 걸 보면 참 귀엽더라.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사랑에 대한 내 생각을 조금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이 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일단 한 뻔 써 내려가보려 한다. 내가 사랑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힐링시티 3개월간의 첫 파일럿 코칭을 마치고 난 뒤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의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교정해주는 라이프스타일 코치이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공부해서 알게 된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모든 과학적 지식을 전달해 주는데 주요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당연히 내 수업자료는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해 만들었다. 크게 말해서 우리가 먹는 방식, 수면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서 어떻게 우리 몸이 변화하는지 그 생태 작용을 '알게'된다면 모두가 건강하게 살고 싶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마음먹은 대로 못하니까 인생이 힘들어져서,
그래서 날 찾아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내가 아무리 과학적으로 극명하게 타당한 말을 백날 논문을 들이밀며 이야기해도 듣는 사람의 마음이 열려 있지 않으면 내 말은 그냥 개소리에 불과하다. 내가 깨달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사랑이다. 여기서 사랑이란 남녀 사이의 로맨틱한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생전 처음 보는 타인을 챙겨주고 싶은 이 모든 마음이 사랑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사랑을 마음속에 넘치도록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언제, 누구에게 표현해야 할지 서툴다. 혹시 이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가 어떤 종류의 사랑에 관계없이 사랑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당신이 별나고 이상한 사람이여서가 아니라, 단지 아직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 사랑받지 못하고 원하는 대로 안되는 게 아니라,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툴러서 그런 것뿐이라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연습하면 많이 좋아진다고. 진짜로! 'Practice makes perfect!'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합니다...소리는 지르지 말구요...

솔직히 말해서 나도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아직 서툴다. 가끔은 정말 '내가 왜 이러나'싶을 때가 종종 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엄마에게도 여전히 아들같이 무뚝뚝한 딸내미며 사랑했던 사람에게 사랑도 많이 줬지만 상처도  많이 줬다. 하지만 'So what?' 지금 좀 서툴러도 괜찮다. 단! 당신이 수많은 관계들을 통해 계속 배우고 있다면. 그래서 우리가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사람이다. 물론 나는 사람들을 힐링하는 것이 천직인 사람이기에 언젠가 정말 능수능란하게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때까지 연습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끔 너무나도 능수능란한 사람들은 사기꾼으로 의심을 사기도 하니 사기꾼은 걸러가시는 지혜를 가지시길...) 그럼 왜 사람들은 평생 동안 계속해서 사랑을 찾아다니는 걸까? 과거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힘들었다고 해도 우리는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우리를 발견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 앞에서 우리는 무기력해진다. 얼마 전 친구 하나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세상에 사랑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는데 대체 왜 사람들은 사랑에 목을 맬까?



그녀의 질문이 뇌리에 박혀 나를 며칠간 생각에 잠기게 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참 너는 일할 때랑 사랑할 때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나도 내가 일할 때처럼 사랑도 아주 철저히 계산적으로, 효율적으로 능률을 낼 수 있다면 인생이 더없이 편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사랑 앞에서 그냥 한없이 취약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사랑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인생을 송두리째 다 뒤엎을 정도의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파워를 가졌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봐라. 혹시 누가 갑자기 연고도 없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던가, 누가 평소 하지 않을 의외의 결정을 내린다던가 하는 경우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보통 사랑이 그들을 움직인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것이 상처였던 해피엔딩이든 간에.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적당히 시기와 조건에 맞춰 편하게 살기 위해, 혹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없이는 세상 사는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 같다면. 어쩌면 내겐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냐 없느냐가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알아보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설령 그 결정이 엄청나게 비효율적일지라도. 


허니문 단계를 잘 표현하는 씬 - 500 days of summer 중


사랑에 빠져 관계(relationship)를 가지게 되면 일종의 과업 같은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허니문 단계,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나와 다른 점들을 직면하며 미친 듯이 싸우면서 관계를 조율하는 단계, 그리고 이 과정을 비로소 이겨낸 커플만이 안정기에 들어가 평생을 평온하게 함께한다. 물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와서 그 관계를 깨버리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나 싶다. 법으로 만들어놓지 않으면 사회질서를 잡기 어려우니까. 단지 사랑이라는 믿음만으로 결혼이라는 종이 서약에 얽매이지 않고 평생 한 사람과 함께할 수 있게 된다면 이것만큼 이상적이고 동화 같은 사랑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이런 엄청난 로맨스를 꿈꾸며 사랑하는 친구가 있고 정말 멋지다. 결혼제도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고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토픽이다. 나는 조금은 보수적인(?) 사람이라 그런가 몰라도 또다시 사랑에 빠져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인간이 돼버린다면 결혼을 할 것 같다.(우리 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이 보인다 ㅋㅋㅋ)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애초에 딱 맞는 사람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내게만 맞는 wrong person 을 만나 사랑에 빠져 소울메이트를 만들어가는 것 뿐.


더 이상 써 내려가다가는 이 글이 끝도 없이 지루해질 것 같아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게 좋아 보인다. 혹시라도 공감이 되는 글이었다면 사랑에 대한 두 번째 글도 쓸 의향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지금 사실 태국 크라비에서 혼자 이른 여름휴가를 즐기며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오늘은 밖에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데 이런 글쓰기 딱 좋은 운치다. 이번 여행도 역시 호텔이랑 비행기 표 만 예약하고 아무 계획 없이 왔다. 도시에서는 눈만 뜨면 해야 하는 일들로 하루가 가득 차 있고 계획하지 않으면 생산성이 낮아지기에 계획이 필수인 일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면 내 머리가 '야 좀  쉬자!'라고 시그널을 보낼 것도 미리 예상했다. 그래서 이번에 혼자 휴가를 오기 전에도 철저히 무계획으로 오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뭐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싶었다. 이 와중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내가 정말 시간이 나면 하고 싶었던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교감신경계가 우위에 오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글이기도 하다.(inside joke, 아는 사람만 재밌다... ㅋㅋㅋ) 


이렇게 몇시간을 앉아 있었다. 운좋게 뒤에 앉아 있던 로컬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집에 갈 때 공유해줬다  :)


아무튼 어제는 계획했다면 절대로 생기지 않았을 것 같은 랜덤하고 재밌는 일들로 하루를 보냈다. 길을 걷다가 엄청나게 마음에 드는 라이브 뮤직 바를 발견했다. 그 이름도 힐링스럽게 'Calm'이다. 어제 해가 지기 전에 들어가서 밤이 되어 나온 그곳에서 듣던 노래 중 한 곡을 공유하며 마치고 싶다. 사랑을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나같이 투명하고 확실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에 정답 찾는다면 이게 아닐까. let it be.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본 소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