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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Jul 22. 2019

퇴사 후 디지털 노마드 아닌 창업을 한 먼저 택한 이유

진정한 자유를 향해 가는 첫 걸음

싱가폴의 화려하고 편리한 생활도 3년이 반복되니 지루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회사 일이 인생에 전부인 듯이 120%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은 하나둘씩 더 좋은 조건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에 한 번씩 이직을 하면서 몸값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일했던 싱가폴 컨설팅 회사는 일이 말도 안 되게 많은 노예계약 수준이어선지는 몰라도 더더욱 이직률(turnover rate)이 빠르고도 높은 편이었다. 오죽하면 신입 애널리스트들이 '매달 일하는 시간 대비 월급을 다시 계산해보면 맥도날드 최저임금 수준보다 낮다'라며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하소연을 해댈 정도였으니까.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내게 '한 회사에서 적어도 5년은 있어야 다음에 이직할 때 서류에서 필터링 되지 않고 좋은 조건으로 간다.'는 조언을 참 많이 했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게 무슨 꼰대 같은 소리였던지, 사실 정말로 능력 있는 인재들은 골라서 갈 곳이 널리고 널려서 회사에서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면 굳이 한곳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그게 내가 본 컨설팅 업계에서 이직의 한 단면이었다. 해외에서 취업과 이직은 진정 '셀프 마케팅과 협상의 게임'이었다. 


싱가폴 외노자 시절, 내 멘토 생일챙겨주는 중

말하면 모두 아는 영국 명문대 박사학위까지 있는 일명 '공잘(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이직을 못해 말도 안 되는 대접을 받으며 'burnout syndrome'(과로로 완전 녹초같이 지쳐서 신체 증상까지 나타나는 현상)으로 고생하는 케이스도 많이 본 반면에, 공잘은 아니지만 애초에 눈치 빠르고 네트워킹에 탁월한 친구들은 자기가 가질 수 최대치의 몸값을 계속 갱신하며 그 마켓에서 승승장구 해나갔다. 그랬다, 싱가폴에서 내가 본 회사 생활은 그러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질 때쯤 나도 선택을 해야만 했다.


Rat race(극심한 무한 경쟁)를 뛸 것인가,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것인가? 



그래서 잠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1년(mini retirement, gap year)을 갖기로 한 것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가끔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쥐고 있으면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도 알아채지 못한다.


놓치면 다시는 가질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서 두 손 가득 쥐고 있던 힘을 빼고 나니, 정말로 내 손에 평생 쥐고 살고 싶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시간을 자유롭게 주도적으로 사용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곳을 함께 돌아다니며, 아주 많이 웃으며 살고 싶다. 몇 년 전 도유진 작가의 'one way ticket'이라는 세계 최초 디지털 노마드를 주제로 한 다큐 짧은 예고편과 그녀의 책을 보고 완전 영감을 받았다. 그 뒤로 관련된 정보는 모두 모아가며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려 준비하다가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회사 소속으로 디지털 노매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게 된다고 해도 완전한 자유는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때부터 시간과 장소에 구속받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다가 죽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결국, 내 소신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유일한 방법은 그런 꿈의 직업과 인생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다이내믹했던 경험 끝에 깨달은 내 꿈의 직업은 지치고 아픈 사람들을 힐링하는 것이다. 


do you want freedom? are you really free?


지난 10년간 가족, 친구들이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조언도 참 많이 들었다. '세상 일이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하나야, 언제까지 꿈만 꾸며 살래.' 그들은 알고 있을까? 나도 세상 일과 사람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고 매일 꿈꾸며 살고 싶다는걸. 사람 마음과 세상 일을 감히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겠는가? 신이 존재한다 해도 그건 못할 것이다. 


내가 올해 초부터 수입 없이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가면서 창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이 진심으로 즐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내가 원하는 그런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다. 이 여정이 내게 어떠한 결과를 준다 해도 상관은 없다. 마음대로 안되면(망하면) 마음대로 안된 그 길에서 최선의 길을 찾으면 그뿐이다. 항상 플랜 B는 존재한다. 보통 사람들은 무슨 시도를 하기 전에 원하는대로 되지 않을까 두려워서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세상 모든 일이 항상 계획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차라리 예상치 못할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함을 기를 것. 그리고 지금 당신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은 당신의 능력으로 언제든지 다시 쥘 수 있는 것들이니 잠시 놓는 여유를 배울 것.  


Overthiking may kill your dream


일상의 따분함을 모른 척 억누르며 살아가는 나날들이 내겐 더 지옥 같다. 당장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인데, 내일 갑자기 죽는다면 '매일 하고 싶지 않은 똑같은 일만 반복하며 살았네'라며 탄식하는 나를 보고 싶지 않다. 이왕이면 '그래, 나 정말 원 없이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다가 죽으니까 괜찮다.'며 죽는 순간이 평온하길 바란다. 얼마 전 엄마가 내게 자기는 못 살아본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젊어서 좋겠다고 말했다. 몇 년에 한 번씩 예상치 못한 결정으로 집안에 서프라이즈를 선사하는 딸내미로써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일단 내 태도는 성공인가 보다! 


또 흔히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오해가 하나 있다. 세상에 원 없이 하고 싶은 걸 다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정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닌 꿈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다. 그리고 이 용기는 통잔 잔고가 아닌 심적인 여유에서 나온다. 꿈을 실현하는 데 특별한 비법은 없다.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어차피 95%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작은 것부터 오늘 시작해 현재에 몰두해 온전히 살면 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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