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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가객 Dec 05. 2023

공짜로 보약 먹는 방법

겨울아침의 햇살샤워

   유쾌한 일침을 당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따스한 이불의 감촉을 느끼며 달콤한 수면 속 호흡을 먼저 고른다. 소중한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 미지의 하루가 어제의 연장선에서 이어지는 것에 안도와 감사를 느낀다.     

 

 오늘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사용하면 값지고 의미 있을까. 아침의 묵상은 늘 감사로 시작하여 소망과 기대로 이어진다.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온유하고 성실하게 실행할 수 있기를.      


 새아침을 실감하기 위해 커튼을 열고 바깥 날씨를 확인하는 순간은 늘 설렌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면 시시각각 변하는 신비로운 여명을 볼 수 있다. 새벽의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동남향의 집에 살고 있어서 노을 맛집은 아니지만, 사계절 새벽놀을 볼 수 있다.      


 초겨울의 새벽하늘은 검푸른 신비에 휩싸여 시시각각 빛깔을 바꾸면서 밝아진다. 해가 올라오기 직전의 암보라빛이 붉은 빛을 띠다가 빠르게 묽은 노랑빛으로 바뀐다. 해가 올라오면서 뿌리는 흰 빛은 드라마틱한 농도의 변화로 여운을 남기는 일몰과는 느낌이 다르다.     


  커튼을 열어젖힌다. 겨울 아침의 햇살은 온기보다는 화사함이 압도적이다. 며칠째 아침의 화사한 햇살에게 일침을 당하고 있다. 유쾌한 일침이다. 마음속 그늘을 샅샅이 비춰 꽁꽁 숨겨둔 어둠까지도 몰아내주는 보약이다.     


 베란다 외벽의 창문을 열면 찬 공기가 와락 달려들며 목덜미를 할퀸다. 바람에 실려 온 겨울산의 냄새. 강을 건너 새의 날개와 빈 나뭇가지를 거슬러 당도한 바람의 냄새가 여행자의 체취처럼 낯설다.            

    




 생명의 필수요소가 배척되는 이유


 생물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는 햇빛과 공기(산소ㆍ이산화탄소)와 물이다. 이것들은 인간의 생명활동에 있어서도 필수요소다. 인류가 생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소중한 것은 공짜로 주어져있는 셈이다. 필수요소가 갖춰진 자연환경에서 인류의 문명들이 발생했다. 더 좋은 자연환경을 확보하려는 자연스러운 활동 덕분에 종족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햇빛과 공기와 물이 없는 곳에서는 인간 뿐 아니라 다른 생물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현대인은 수많은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팬데믹은 그야말로 인류에게 특수한 훈련의 기간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감염병을 맞이하게 될지 여러가지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희귀병과 악성 종양의 발생률은 높아가고 신생질병도 늘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의료적 수효는 공급을 넘어서기 때문에 웬만큼 규모있는 종합병원에서 진료할 일이 생기면 하위 진료권에서 의뢰서를 받아 접수를 하고 몇 달씩 순서를 기다려야 기회를 얻을 정도다.      


 건강과 행복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질병에 걸린 사람들 중 일부 환자들은 대체의학을 찾아가 치유를 받기도 하고, 또 일부 환자들은 자연으로 돌아가 생식을 하면서 햇빛과 공기와 물의 섭취를 통해 치유의 기적을 보기도 한다.      


 인위적인 의술과 의료적 수술만 부르짖던 의사들 중엔 양심선언을 하고 자연생채식을 강조하는 분도 있다. 질병에 대한 대처도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숱한 임상실험을 거쳐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생활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참고할만한 좋은 자료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에겐 우리의 체질에 맞는 산야초 약용 식물에 대한 오랜 연구서인 동의보감을 비롯해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의 임상경험을 반영한 귀한 자료들이 있다. 참으로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들어 햇살의 치유력을 이용한 산림치유센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의 치유력에 집중하여 물만 제대로 마셔도 병을 고친다고도 한다. 공기의 중요성은 말해 무엇하랴. 매일 아침 포털 사이트에서 날씨와 함께 체크하는 것이 미세먼지 지수다. 초미세먼지가 나쁨으로 표시된 날에는 호흡기 환자나 노약자 어린아이들의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것도 몇 년 사이의 일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생명활동의 필수요소를 회복하자는 외침들로 시끄러운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개발로 인한 공해가 문제의 주범이라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가려진 주범도 있다. 생명활동의 필수요소들을 제한함으로서 경제적 이익을 꾀하는 보이지 않는 자본권력의 음모다. 이미 잘 알려진 문제들이라 자세히 논할 일은 아니지만 이 중 좀 더 교묘한 두 번째 문제는 아직 그 폐해가 가려져 있는 부분이 꽤 있는 듯하다.      


 햇빛이 피부노화의 적이라고 인식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썬 크림과 썬글라스와 모자와 썬마스크 등으로 가려야만 햇살이 있는 낮 시간에 외부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과연 자의일까? 광고의 효과일까?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이용한 산업은 꽤 탄탄하게 발전해왔다.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는 놀랍게 빠르다. 의복은 자연환경으로부터 신체의 불편을 해소하고 몸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요건이었는데, 그 외의 목적을 취하려는 욕구를 조종하면서 패션 업으로 성장했고, 누군가는 배후에서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 패션에 편입된 썬글라스와 모자와 썬마스크 머플러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외형을 꾸미고 장식하기 위한 화장품과 패션의 발전은 햇살의 효능을 오도하므로서 획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엔 화장품 업계 뿐 아니라 안과에서도 햇빛을 적대시한다. 생명의 필수요소를 적대시하는 건 기만이다. 우리가 늘 섭취하고 잇는 것을 부정할 때는 그로 인해 이득을 취하는 배후의 세력을 살펴야 한다. 과대 광고에 속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건강을 지키겠다고 먹는 영양제 남용으로 오히려 간과 신장이 돌이킬수 없이 손상된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햇빛은 선물이다


 인체는 햇빛으로부터 비타민 D를 생성하며 적절한 양의 영양분 섭취가 없는 상태에서 햇빛을 받지 못하면 비타민 D의 결핍이 온다. 비타민 D의 결핍은 모든 종류의 사망률과 암 생존율과 연관이 있다. 또 햇빛의 부족은 계절성 정동장애(SAD)의 주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적당한 양의 햇빛 노출은 비만과 당뇨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나친 자외선이 피부노화의 원인이 된다고 하지만, 햇빛 노출의 장점들은 무시하거나 좌시할 것이 아니다.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스 모리스의 『햇빛의 선물』은 태양의 치유력에 관한 충격적 진실을 임상실험과 집요한 연구로 밝혀 알려주고 있다. 정말로 생각지도 못할 만큼 많은 질환의 완치를 위해 햇살을 활용하여 명쾌한 성과를 얻은 것이다.      


 의학계와 화장품업계에서는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햇빛은 사실은 면역력을 지키는 천연영양제이며 원초적 치료제인 것이다.

     

 태양의 나라 스페인은 햇살 때문에 관광수익을 올리는 대표적인 국가다. 유럽인들은 일 년치 햇빛을 충전하러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서 햇살이 있는 시간엔 나체로 햇살을 복용한다.      


 한국은 뚜렷한 사계절 중에 6월과 8월의 장마기간 외에는 맑은 날이 많은 편이다. 간혹 태풍 소식이 있을 때는 며칠 흐리기도 하지만,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연이어 흐린 날보다는 연이어 맑은 날이 확실히 더 많다. 그래서 나는 햇살샤워를 권한다.  


  따지고 보면 생명의 기본조건인 햇빛 공기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세상이야말로 지옥이다. 생명의 기본이 되는 필수요소를 불평등조건이 되게 함으로서 위협을 가하려는 세력에는 저항해야 한다. 좀 더 교묘한 방법으로 그것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 역시 알아차리고 적절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선택적 소비는 힘이 세다


 어린 시절, 여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서울 도봉구 미아 리에서 보냈다. 산을 타고 올라가면 약수터가 있고 물을 뜨러 온 사람들이 물통을 줄 세워 놓고 운동을 하거나 지인들과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를 따라서 약수터에 다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약수터는 우리의 놀이터였다.      


 건수가 아닌 샘에서 나는 물을 수질점검을 받고 약수로 공유하는 문화는 지역마다 있다. 이제 시대가 변한 것일까? 바빠진 현대인 중 많은 사람이 물을 사먹는다. 아리수의 수질을 보존하여 사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나 역시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정수기도 필터를 교체해야 하므로 쓰레기가 나온다. 가장 폐해가 적은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그 어떤 정수기도 필터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펌푸기로 지하수를 받아 즉석에서 갈증을 해소하고, 부엌 항아리에 물을 받아놓았다 식수로 사용하던 시절이 그립다. 문명의 이기로 인한 공해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상술을 이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은 산이 많다. 오르고 또 올라도 평생 다 오를 수 없을 정도다. 한국의 명산 오르기 첼린지에 도전하는 외국 청년들의 소식을 읽은 적이 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의 채팅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한국을 방문하여 함께 등산의 약속을 실행한다. 그런 이들 때문인지 등산을 가면 외국인 등산객들을 종종 만난다. 등산을 경험하기 쉽지 않은 국가도 많다. 거저 누릴 수 있는 우리의 자연환경을 경외하며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산이 아름답고 생태계가 사랑스러우며 놀랍다고 말한다.      


 숲을 가까이 하고 강을 거슬러오는 바람을 들이마시면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햇볕을 쬐고 산이 저장한 샘에서 물을 먹고 질병을 치유하는 사례들이 많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 병이 낫는다. 그것이 진실이다. 모든 사람이 숲에서 살 수는 없지만, 친자연적 생활방식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인류가 부딪힌 현대병을 치유할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개발을 하고 발전을 하더라도 숨구멍은 남겨두어야 한다. 편협한 정치권력의 하수로서 기능하는 환경운동단체보다는 시민 각자가 형평성 있는 환경존중을 실천하는 것이 더 큰 힘을 갖는다. 왜냐하면 시민은 소비라는 행위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선택적 소비로 말미암아 해당 업계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도 소멸시킬 수도 있는 힘을 가진다. 오늘 나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운명이다. 자연은 순환하고 있으며 인류는 이 아름다운 지구에 잠시 머물다 자손을 남기고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다. 기억할 것은 가장 좋은 것은 공짜라는 사실이다. 이보다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당장 못 나가면 다시는 기회 없을 것 같은 날도 있다. 생수 한 컵을 마시고, 외투를 찾아 입고 집밖으로 나선다. 산책로를 벗어나 바람 길을 통과한다. 비질을 하듯 온몸을 훑는 바람의 손갈퀴를 즐기며 걷는다. 항상 느끼는 것은 베란다에서 감지한 온도보다 본격적으로 나선 바깥 온도는 덜 춥다는 것이다. 계절 옷을 차려입은 덕분이다.


 겨울 아침의 해맞이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빈 가지를 흔드는 나무들 사이에서 충만하다. 방해하는 그늘이 최소한으로 줄어든 계절이다. 느긋한 걸음으로 광합성을 하면서 시원한 공기로 폐를 순환시킨다. 자연이 오늘 나에게 주는 축복을 온전히 향유하는 시간이다.


 심호흡으로 공기를 마시면 활기가 충전된다. 계획을 점검하고 오늘의 파이를 접시에 올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색하며 번득 떠오르는 언어를 좇는다. 안정된 리듬으로 땅을 딛는 내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도 들린다. 송사리 지느러미처럼 갈대꽃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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