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1종이었을까
나는 쫄보다.
남들 같으면 애저녁에 따놓았을 운전면허를,
삼십이 훌쩍 넘어서야 취득했다.
문제는,
쫄보인 주제에 1종으로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당시의 남친이자 현재의 남편이 말했다.
“당연히 1종 따야지~”
그래서 멋도 모르고 1종을 신청했다.
하필 인도 연수를 다녀온 직후였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쳐나던 그 시기.
1종은
왼발로 클러치 페달을 밟고
오른발로 브레이크·엑셀을 조절하고
손으로 스틱을 조정해야 한다.
양발·양손 총동원.
몸으로 하는 미분적분이었다.
그래도 필기와 기능은 무난히 통과했다.
왜냐. 완전히 ‘물수능’이었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매고, 시동 켜고,
상향등 한 번 켰다 끄고,
100미터 직진 후 정지.
어제 갓 태어난 아기가 아닌 다음에야
떨어지는 사람이 더 신기한 시험이었다.
문제는 도로주행이었다.
그놈의 ‘반 클러치’가 영 감이 안 왔다.
왜 꼭 절반만 밟아야 하는지도 도무지 납득이 안 됐다.
살짝 밟으면 덜덜 떨다가 시동이 꺼지고,
꾹 밟으면 또 기어가 안 들어간다.
딱 그 애매한 중간.
‘반 클러치’ 지점을 밟아야만
기어가 바뀐다.
그 지점을 찾으라는 건지,
내 멘탈을 부수겠다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도로주행 시험 날,
나는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클러치를 밟고 있던 왼발에서 힘이 빠졌다.
다리도 덜덜,
자동차도 덜덜,
“…푸슉.”
결국 시동을 꺼뜨렸다.
“어허–!!!”
옆자리 감독관님의 호통이 떨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서 더 쪼그라들었다.
불합격.
그제야 1종을 신청한 걸 후회했다.
그래도 이미 시작한 이상
도로주행 연수를 더 받고
다시 시험을 봤다.
그리고 다시 떨어졌다.
또 떨어졌다.
총 세 번의 불합격 끝에
네 번째에서야 합격했다.
3전 4기.
주변 사람들은 물었다.
“아니, 2종도 벅찬데 1종을 왜…?”
그래서 남친에게 물었다.
대체 1종 면허를 왜 따라고 했냐고.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인원 많은 차 몰려면 1종 있어야지~”
말은 그럴싸했다.
하지만 나는 의심스러웠다.
당시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배추 장사라도 하려면, 1종을 따야 한다.
그는 혹시
우리 집에 경제적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배추 트럭을 맡길 계획이었던 건 아닐까.
아마도.
아니면 말고.
지금도 그는
나더러 1종을 따게 한 걸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어딘가에 그 사람 인생 설계도가 있다면,
아마 이렇게 적혀 있지 않을까.
배추 트럭 운전 담당: 아내.
쫄보의 운전 연대기(아직 살아있음) 모아보기
2화 https://brunch.co.kr/@healingyoga/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