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쪼로록 앉아 먹은 저녁
그날은 딸아이와 아이 친구 민이를 데리고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아이들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건물 앞에서 만나 중화요릿집에 가기로 했다.
약속한 시각이 되자
아이 셋이 나란히 학원에서 나왔다.
우리 아이와 민이, 그리고 겸이였다.
겸이도 같은 반이고
유치원 때부터 알던 아이였다.
다만 아쉽게도
우리 딸과 겸이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놀이가 달라서 그러려니 하고 지내왔다.
나를 본 딸아이와 민이가 먼저 다가왔다.
겸이는 내게 인사를 하고선 곧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럼 나 먼저 갈게. 안녕.”
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른 둘은 나와 볼일이 있고,
자신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임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겸이는 원래도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아이였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몰랐다면 모를까,
겸이도 친구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을까.
혼자 떨어져 가는 기분은
아이에게도 분명 씁쓸할 텐데.
아무리 어른스럽다 해도
고작 초등학교 3학년이다.
상황을 분간하고,
친구 관계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나이.
그래서 나는 두 아이에게 물었다.
“얘들아, 겸이도 같이 저녁 먹으면 어떻겠니?”
다행히 두 아이는 바로 좋아했다.
“겸아! 잠깐만!
이쪽으로 와 봐.”
아이들이 재빨리 겸을 불렀다.
나는 돌아온 겸에게 물었다.
“겸아, 우리가 같이 자장면 먹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먹을래? 엄마 허락받으면.”
그 순간
겸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
의외라는 표정 속에서
반가운 눈빛이 스쳤다.
“아… 그런데 휴대폰을 안 가져와서요.
엄마한테 전화를 못 해요.”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말했다.
“이모 폰으로 전화해 볼래?”
겸이는 내 휴대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잠깐 통화를 하더니
엄마가 바꿔 달라고 한다며 폰을 건넸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 겸이네 저녁 메뉴가
한우 구이가 아니라면,
제가 자장면 사 먹여도 될까요?”
겸이 어머니는 고맙다며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아이 셋을 데리고
중화요릿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넓게 앉는 대신
셋이 쪼로록 붙어 앉았다.
내 옆자리 의자에는
가방과 점퍼가 수북이 쌓였다.
아이들의 선택은
자장면과 탕수육 세트였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아이들은 잠깐 놀겠다며
식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와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나는 자장면을 비비고
먹기 좋게 잘라 나눠 주고
탕수육도 접시에 덜어 주었다.
손이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친구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입맛이 더 도는 모양이었다.
조잘조잘 수다를 떨면서도
열심히 먹었다.
내가 시킨 밥에 딸려 나온
매콤한 짬뽕 국물도 탐을 냈다.
한 명이 먹어 보더니
결국 셋 다 조금씩 나눠 먹었다.
겸이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짬뽕 국물 속 목이버섯 하나를 집어 먹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칭찬을 했다.
그러자 딸아이가 말했다.
“아, 그거 내가 먹으려 했는데.”
버섯을 입에도 안 대는 아이가
친구가 칭찬받는 걸 보더니
괜히 한마디 한 것이다.
식사를 마치자
아이들은 근처 놀이터로 뛰어나갔다.
학원 가방을 식당에
그대로 두고.
직원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애들 짐이 한가득이네요.
들고 가기 힘드시겠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딸 셋 둔 기분이라
뿌듯하네요.”
계산을 마치고
아이들 가방을 챙겨
나도 놀이터로 향했다.
각자 엄마에게 허락을 받은 아이들은
40분을 그렇게 놀았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
살짝 꼼수를 부리기도 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늘은 이모가
너희 엄마들한테 위임받은 거야.
그래서 오늘은
이모 말 들어야 해.”
아이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겨울 저녁이었다.
어스름한 거리 위로
하얀 가로등과 상점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날 이후
아이 셋은 종종 함께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