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빠지지 않기로 선택한 하루

by 역전의기량


천천히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오래 달려온 사람처럼 잠을 요구한다.

멈춰야 회복된다는 걸 이제야 배우는 중이다.


그제 쉬었는데, 오늘은 주말이라고 또 잤다. 하하.

자야 사람이 살지.


11시가 다 돼서 일어났는데

외출할 일이 없었다면

아마 하루 종일 바닥에 붙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밥을 챙겨 먹고

잠깐 드라마를 봤다.

마흔이 넘으면 삶이 좀 적응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넘어지고 쓰러지는 이야기들이라

괜히 더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


다음 주엔 또 영하 10도라는데,

도대체 언제쯤 따뜻해질까.


지난달에 맞춰둔 보청기를 찾으러 지하철을 탔다.

가는 길에 어제 바디로그를 다시 보는데

어제도 참 많은 걸 했더라.


센터에 도착해서는

예전과 달리 이것저것 묻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몰드 제작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청력이 더 떨어지면

소리를 귀속에 모아주는 몰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솔직히 ‘더 떨어진다’는 말은

생각만 해도 싫다.

하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독감, 큰 스트레스, 반복되는 몸의 무리도

결국 뇌와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예전의 내 생활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꾹꾹 눌러 담고 살다가

술로 풀고, 울고,

맵고 짠 음식으로 버티던 시간들.


한두 번은 괜찮았을지 몰라도

그게 반복되면

신진대사도, 뇌도, 감각도

망가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몸을 공부하고,

감각신경을 알고,

운동으로 몸에 적용하고,

기록하고, 말하고, 녹음하며

뇌를 계속 깨우는 지금의 생활.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이것이다.


내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다가도

멈추는 법을 알 때

더 나빠지지 않는다.


너무 오래 돌아온 건 아닐까,

잠깐 그런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후회해 본들 달라지는 건 없고,

알아차린 지금이 가장 빠른 순간이다.


앞으로 더 나빠지지 않게

내 몸을 관리하기로 선택한 지금의 내가,

충분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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