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위에서 숨이 차오르는 이유

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by 역전의기량

운동연료의 이해 2탄 –
몸은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낼까 (계속)



“그럼 해당과정 다음에는요?”
나는 다시 물었다.

동쌤이 말했다.
“이제 산소를 쓰는 시스템으로 넘어가요.”

“유산소 운동이요?
웨이트 운동 끝나고 하는 그 유산소요?”

“맞아요.
정확히 말하면 유산소성 ATP 생성 시스템이에요.”




해당과정에서 만들어진 피루브산은
이번에는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간다.

“미토콘드리아요?”
“네. 세포 안에 있는 에너지 공장이에요.”

피루브산은 먼저
아세틸조효소 A로 전환된다.

그리고
크랩스 사이클이라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크랩스 사이클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난다.




“아세틸조효소 A는 뭐고,
크랩스 사이클은 뭐예요?”

동쌤이 웃었다.

“이름이 어려워서 그렇지
생각보다 간단해요.

피루브산은
해당과정을 거치고 나면
바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그래서 먼저
아세틸조효소 A라는 형태로 바뀌어요.”



“왜요?”

“에너지 공장에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거라고 보면 돼요.”

아세틸조효소 A는
쉽게 말하면
에너지 공장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권’ 같은 것이다.

피루브산이
이 형태로 바뀌어야
다음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다음이 크랩스 사이클이에요.”
크랩스 사이클이요?”

“네. 이름 그대로
계속 도는 과정이에요.

아세틸조효소 A가 들어오면
여러 화학 반응을 거치면서

ATP
NADH
FADH₂

같은 에너지 전달 물질들이 만들어져요.”

이 과정은
미토콘드리아 기질에서 일어나며

ATP 1개
NADH 3개
FADH₂ 1개

를 생성한다.

이 과정의 속도를 조절하는 효소는
이소시트르산 탈수소효소다.

“그럼 ATP가 여기서 만들어지는 거네요?”



“조금 만들어지긴 하지만
진짜 많이 만들어지는 건
그 다음 단계예요.”

동쌤이 말했다.

“전자전달계라고 들어봤어요?”

“전자전달계는 또 뭘까요.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에너지 세계네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동쌤이 웃었다.

“그 전에
NADH랑 FADH₂부터 알아야 해요.”



“NADH, FADH₂요?
계속 나오던데 그건 또 뭐예요?”

“쉽게 말하면
에너지를 들고 다니는 배터리 같은 거예요.”

“배터리요?”

“네.
해당과정이랑 크랩스 사이클에서는
ATP도 조금 만들어지지만,
더 중요한 건 NADH랑 FADH₂

같은 에너지 운반체를 만드는 거예요.

이 물질들이
전자와 수소를 들고 있다가
전자전달계로 가요.”

“전자와 수소를 들고 간다고요?”



“맞아요.
쉽게 말하면
에너지를 모아서
다음 공정으로 운반하는 거예요.”

동쌤이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전자전달계는
그 배터리들이 들고 온 에너지를 이용해서
ATP를 대량으로 만드는 마지막 공정이에요.”

전자전달계는
미토콘드리아 내막에서 일어난다.

해당과정과 크랩스 사이클에서 만들어진

NADH
FADH₂

이 물질들이 전자전달계를 거치면서
ATP를 만들어낸다.

이때
NADH 하나로 약 2.5개의 ATP,
FADH₂ 하나로 약 1.5개의 ATP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결국
포도당 한 분자로부터
약 32개의 ATP가 생성된다.




“아까 해당과정에서는 ATP가 2개였는데요?”
동쌤이 웃었다.

“그래서 오래 하는 운동은
유산소 시스템이 필요한 거예요.”

러닝이나
자전거 같은 운동은
이 유산소 시스템이
주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나는 또 궁금해졌다.



“그럼 지방도 에너지가 되나요?”
동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오히려 오래 하는 운동에서는
지방이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이에요.”

“지방이요?
그럼 지방도 바로 ATP가 되나요?”

“바로 ATP가 되는 건 아니에요.
지방도 몇 단계를 거쳐야 해요.”



지방을 이용한 ATP 생성은
중성지방이 분해되면서 시작된다.

중성지방은
리파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글리세롤
유리지방산 3개
로 나뉜다.

“지방이 먼저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는 거네요?”

“맞아요.
그리고 이 유리지방산이
베타산화라는 과정을 거쳐요.”




“베타산화요?”

“네.
지방을 조금씩 잘라서
에너지 공장에 넣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유리지방산은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
베타산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잘려 나간다.

그리고 잘려 나온 조각들은
다시 아세틸조효소 A 형태로 바뀐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결국 지방도
아세틸조효소 A가 되는 거네요?”

“맞아요.
그래야 크랩스 사이클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방도
결국 크랩스 사이클과
전자전달계를 거치며
ATP를 만들어낸다.
나는 또 물었다.



“그럼 단백질도 에너지로 써요?”

“가능은 하지만
주 에너지원은 아니에요.”

단백질은

공복 상태이거나
장시간 운동을 할 때
에너지 기질로 사용된다.

다만 단백질은
바로 ATP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세틸조효소 A
크랩스 사이클 중간물질
피루브산

같은 형태로 전환된 뒤
ATP 생성에 사용된다.



나는 러닝머신 위 사람들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잠깐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천천히 오래 달리고 있었다.

동쌤이 말했다.





“모든 운동은
한 가지 에너지 시스템만 쓰는 게 아니에요.”

운동을 시작하면
먼저 근육 안에 저장된 ATP를 쓰고
그다음 PCr을 쓰고
그다음 해당과정이 작동하고
시간이 길어지면 유산소 시스템이 더 많이 작동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한다.

다만
운동 강도와 운동 시간에 따라
어떤 시스템이 더 많이 기여하느냐가 달라질 뿐이다.




예를 들면
고강도의 짧은 운동은
무산소성 시스템의 기여도가 크고

저강도의 장시간 운동은
유산소 시스템의 기여도가 커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생각보다 똑똑했다.



운동 상황에 맞게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동쌤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래서 훈련을 하면
이 에너지 시스템도 발달해요.”

유산소 훈련을 하면
심장과 혈관이 발달하고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근육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고
크랩스 사이클, 베타산화, 전자전달계에 관여하는
산화 효소도 증가한다.

그래서 같은 운동을 해도
점점 덜 힘들어지는 것이다.



운동을 하다 보면

단순히 근육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몸속 에너지 시스템 전체가

조금씩 더 효율적으로 변해간다.


러닝머신 위에서 뛰면 그저 힘들기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숨이 왜 차오르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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