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우다 . 인생을 배우다.
세 번의 암 재발과, 혹을 떼어내기 위해 거쳐야 했던 수술들.
그동안 들어간 돈과 시간, 그리고 그만큼 오래 지치고 버텨온 세월 때문에 나는 다시 재발로 돌아가는 일을 누구보다 무서워했다.
그래서 운동하며 유지해온 식단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내가 좋다고 믿고 먹어온 식단이 나를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내가 뭘 만드느냐고 물어보던 딸도, 그건 자기 먹을 게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으니까.
내 음식은 거의 간을 하지 않았다.
기름도 거의 쓰지 않고 물로 대신했다.
절에서 먹는 건 아니지만 거의 절식에 가까웠던가.
바프가 끝난 뒤 외부 음식을 먹는 날도 있었지만, 아침에 만들어 먹던 음식만큼은 계속 유지하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먹는 시간만 길어졌다.
그 식단을 만드는 일 자체는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바꿔볼 생각은 못 한 채, 내 할 일 많다며 늘 뭔가를 더 벌이고만 있었다.
그런데 머리를 비워두니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 아침으로는 오트밀빵에 야채참치를 얹어줬더니 맛있다고 했다.
내 아침은 앞다리살 야채볶음이라 탄수화물이 부족할 것 같아 오트밀빵을 곁들여 먹고 출근했다.
야근 출근하는 남편은 남편대로 바빴다.
회사 일도 오늘은 그리 바쁘지 않았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오히려 마음이 조금 여유로웠다.
저녁에는 하이록스 운동을 갔다.
동서남북 점프로 워밍업하고 다섯 가지 세션으로 움직였다.
2분 안에 버피 30개였던가.
워킹런지, 월볼, 스키머신 중에선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예전처럼 짝짝이 점프 안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워킹런지는 덤벨 무게를 조금 더 올려도 될 것 같았고, 월볼은 공을 더 높이 던지는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다 죽어가는데 상체 둘, 하체 둘 운동을 더 하고 가라는 동쌤.
도망가고 싶었지만 또 운동하는 기량 언니는 결국 하고 만다.
런지점프와 바벨 스내치를 하고 있는데 동쌤이 쓰벅쓰벅 걸어와 선물을 건넸다.
순간 설렜다. 선물이라니.
그런데 그림 같은 사진이 있는 청첩장이 함께 들어 있었다.
축하해야 할 일인데, 하이록스로 이미 기운이 빠진 데다 운동까지 더 하고 있던 터라 기분 좋은 선물 받는 표정이 썩 좋지는 못했을 것이다.
케이블 오버헤드프레스와 케이블 힙쓰러스트로 마무리 운동을 하고, 간만에 운동 중인 동쌤 옆에 귀신처럼 가서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그 와중에 PT는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뇌정지가 왔다.
집에 와 저녁을 먹고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뭔가를 또 시작해봤다.
답도 없이 몸이 부어 있을 때는 예쁜 몸을 가진 사람들만 보였다.
몸이 변하고 나서는 운동을 함께하는 친구가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PT를 그만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멘붕이 왔던 것도 같은 맥락인지 모른다.
운동신경 1도 없는 내가 여기까지 2년 동안 쌓아온 것들을 돌아보며, 이제는 그걸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쪽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속도는 느릴 수 있다.
그래도 지금껏 걸어온 것처럼 가다 보면, 나라서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