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환상을 깨고
스무 살부터 사랑에 기댔지만, 그 끝은 늘 불안한 마침표였습니다. 잦은 사랑의 실패는 ‘결혼’이라는 단어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언젠가 운명처럼 나타날 완벽한 사람과의 행복한 결말을 꿈꿨지만, 현실은 늘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사랑이 끝날 때마다, ‘나는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물 수 없는 사람일까? 결혼은 감히 꿈꿀 수도 없는 먼 이야기일까?' 불안은 꼬리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서른을 넘어서자 마음은 불안과 체념 사이를 오갔습니다. 격렬하게 사랑했지만 결국 상처로 끝났던 관계들을 떠올리며, ‘과연 누구와 함께라면 다를 수 있을까?’ 끊임없이 자문했습니다. 결혼은 점점 더 멀고 낯선 단어가 되어, 애써 외면하고 싶은 숙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붉게 물든 단풍잎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익숙했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낯설지만 따뜻한, 구수한 사투리의 다정한 경상도 남자였습니다. 그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섬세한 배려로, 불안으로 가득했던 제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사랑의 속도도, 표현의 방식도 이전과는 달랐지만, 그는 늘 제 걸음에 맞춰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진심을 전해주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코팅까지 곱게 해서 건넨 단풍잎 한 장처럼, 그 사람은 예고 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제 마음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단풍잎처럼, 당신 마음에 천천히 스며드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 투박한 진심은, 오랫동안 굳게 믿어왔던 ‘완벽한 사랑’이라는 환상을 깨뜨렸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색깔을 존중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사랑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MBTI로 말하자면, 감성적인 F인 남편과 이성적인 T인저의 만남은 매 순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솔직한 소통과 진심 어린 공감은 우리만의 특별한 ‘거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과거의 사랑에 상처받고 결혼을 두려워했던 T 아내와, 다정함으로 세상의 온기를 전하는 F 남편이 함께 써 내려가는, 좌충우돌 결혼 생활의 솔직하고 유쾌한 기록입니다.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지,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진솔한 이야기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프롤로그를 통해 당신께 전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랑은 완벽한 조화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당신의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입니다.
마치 서로 다른 색깔의 물감이 천천히 스며들어 아름다운 수채화 풍경을 완성하듯, 우리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작은 용기와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결국, 행복한 관계의 시작은 서로를 향한 진솔한 마음과 끊임없는 대화, 그리고 따뜻한 공감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