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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강박을 내려놓다

by 해루아 healua

지난 주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모인 사람들이 거의 러너들이라서 그런지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각자의 달리기 경험과 삶의 리듬,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들이 오가며 유익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인 사람들 중 한 분이 유독 내 눈에 띄었다. 과거의 내 모습과 닮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분은 7년 넘게 달리기를 꾸준히 해왔지만, 무릎 문제로 풀코스는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루키의 책을 보며 자신이 그보다 잘 달린다고 피식 웃으면서도, 달리기가 마냥 즐겁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러닝은 그에게 자신의 한계를 뚫는 루틴이자 고된 수련이었다. 남은 1km 구간에서는 매번 전속력으로 뛰어 1초라도 기록을 줄이려 노력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달리기가 아직 자신에게 큰 깨달음을 주지 못해 아쉽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다른 분은 하루키의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유익한 운동인 동시에 유효한 메타포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단순한 행위를 삶의 비유로 확장하는 이 통찰에 깊이 공감했다. 또 다른 분은 "달리면서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는 하루키의 구절을 언급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이 곧 달리기의 매력이라고 했다. 나 역시 달리면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그 공백의 시간을 사랑한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내 발소리와 심장 박동만이 선명하게 들린다.


한때 속도에 집착했고, 한계를 뚫는 수단으로 달리기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내려놓았다. 내가 계속 달릴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즐겁게 달렸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10km 대회만에 집중해서 참가하고 싶다. 하프와 풀코스에 목숨 걸고 도전하기보다는,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매일 뛰는 과정을 즐기며 오래도록 달리기를 이어 가고 싶다. 기록 경신은 그다음 일이다. 좋아하면 자연스레 잘 뛰게 될 테니까.


나는 1km가 남았을 때 숨이 너무 차서 힘들 때도 걷지만 않으려 한다. 강박적인 나에게 달리는 행위는 매번 길 위에서 마주하는 나 자신을 회복시켜 준다. 달리기는 어느새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지치고 무너졌던 날, 신발 끈을 묶고 문 밖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땀을 흘리며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내고 나면, 잃었던 자신감이 거짓말처럼 회복되곤 했다.


달리기는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이들과의 연결을 선물하기도 한다. 아침 일찍 탄천에서 마주치는 러너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고, 스레드에서 서로의 기록과 경험을 공유하며 소통할 때 깊은 소속감을 느낀다. 서로의 발자국 소리가 위로가 되고, 응원 한마디가 다시 달릴 힘을 준다.


앞으로도 나는 기록보다 회복과 연결의 달리기를 하고 싶다. 나 자신과 깊이 연결되고, 또 함께 달리는 사람들과 서로 공감하고 의지하며 오래도록 이 길을 걷고 싶다. 굳이 매일 달리지 않아도, 1초라도 기록을 줄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즐겁게 달리면, 달리기는 삶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나를 지탱하는 '든든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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