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을 기다리는 맛

작은 기다림이 만들어주는 인생의 온도

by 해루아 healua

봄에는 싱그러운 도다리, 가을에는 기름진 전어, 겨울에는 묵직한 방어와 고소한 과메기를 기다리며 일 년을 보낸다. 달력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내 마음은 가장 신선한 계절의 맛을 향해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누군가는 멋진 여행지에서, 또 누군가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면, 나는 식탁 위 한 점의 제철 회로 그 계절을 온전히 맞이한다. 나에게 계절이란, 미각으로 경험하는 가장 확실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제철 음식이 주는 기쁨은 단순히 '맛있다'는 감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일 년을 기다린 끝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설렘, 그 설렘이 주는 충만함이 훨씬 더 크다. 그것은 일종의 미식을 향한 의식과도 같았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방어의 고소한 풍미를 머릿속에 그린다. 봄 햇살이 포근해질 무렵이면 향긋한 도다리쑥국을 떠올린다. 오직 입맛 하나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이 작은 감각이 무채색 같던 평범한 일상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매 계절, 그 맛의 도착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아간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속에서도, 문득 '다음 계절에는 또 어떤 황홀한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사소한 기대가 삶의 온도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작은 기다림이야말로 내가 일상을 견디는 힘이 되어준다.


결국 인생은 다음 계절을 기대하는 소소한 순간들로 채워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은 기다림의 즐거움'이 앞으로의 내 삶을 단단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가장 확실한 행복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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