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주문을 받는다. 돼지콘바 없으면 메로나, 콘 없으면 와플바, 조크박 없으면 죠스바.. 주문자들은 2순위 아이스크림까지 친절하게 말해준다.
나와 조카 지아는 집을 나선다. 언니네 빌라 주변은 한적하다. 몇 없는 가로등을 의지하며 우리는 근처 편의점으로 간다.
“지아야, 여기 골목은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하겠다.”
“가끔 저녁에 편의점 갈 일이 있으면 아빠랑 같이 가요.”
우산 하나에 이모와 조카가 나란히 들아와 있다. 나는 우산을 잡았고, 지아는 우산을 잡은 내 팔에 손을 얹는다. 내가 지아랑 이렇게 붙어 있던 적이 있었던가? 논술 수업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만나도 이렇게 밀착해서 걸을 일이 없다. 조카의 체온에서 아직 어린 향이 느껴진다.
”이렇게 비 오면 아침에 학교는 어떻게 가? 걸어가?”
“거의 걸어가요. 많이 오면 엄마가 태워주기도 하고요. 있잖아요. 지난번에 우산을 쓰고 등교하는데 우산이 뒤집어진 거예요. 그래서 비를 맞고 걸어갔거든요. 그런데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의 엄마가 저를 보고 태워다 줬어요. 그래서 비를 많이 안 맞았어요.”
그날 아침은 난감했겠다 생각하며 조카의 이야기를 듣는다. 덕분에 비를 조금만 맞았다는 조카 말에서 고마움이 느껴진다.
비 오는 등굣길에도 아이는 크고 있구나.
편의점 문을 여는데 문을 잡고 이모를 기다려준다. 그러고는 사장님께 안녕하세요 인사도 잊지 않는다. 나는 어딘가 들어가며 인사를 잘하는 어른이었나 돌아본다. 나올 때는 당연하게 하지만 들어갈 때는 손님 마인드가 있었나 보다.
이제 나도 인사를 잘해야지.
“이모가 계산할게.”
“엄마가 카드 주셨는데.. 이모가 계산하면 엄마가 뭐라고 할거 같은데...”
“괜찮아. 엄마는 좋아할 거야.”
계산하는 이모를 보며 조카는 미안한 마음을 내비친다. 요 녀석, 정말 많이 컸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우산은 하나, 안에 들어온 사람은 둘.
“이모, 우리 동네가 좀 도시를 벗어났잖아요. 이모네 동네는 밤에도 밝죠?”
“공부방 동네는 번화간데, 이모네 집 주변은 한적해. 바로 옆이 귤 밭이야. ”
“아 그랬었나.”
“시내로 이사 가고 싶어?”
“아니요. 시내는 어지럽잖아요. 여기가 좋아요.”
시내가 어지럽다는 걸 아는 열두 살이다.
10분 남짓 걸었나,
우산 하나 쓰고 잠깐 걷는 동안
조카를 더 잘 알게 됐다.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