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는 내 입과 콧구멍에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쑤시고 얼굴을 만지작거린다. 불이 꺼진 방에서 나는 미동도 않고 누워있다. 아이는 매트 가장자리까지 굴러다니다 내 배를 떡하니 베개 삼아 눕는다. 그러다 다시 굴러가 벌떡 일어나 문 표면에 입을 대고 아아 소리 내며 장난을 친다. 나는 그대로 누워있다.
지금 내가 움직이거나 말을 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혼자 방에 있는 듯이 신경을 끈다. 얼마 안 가 알아서 자리로 돌아와 누워 잠들 것을 안다.
그렇게 누워있다 보면 아이의 인기척이 귀에서 멀리 느껴진다. 내가 서서히 잠들어 가는 거다. 잠들면 안 되니 눈을 의식적으로 깜빡인다. 하지만 눈꺼풀은 내 눈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낸다.
얼마큼 잠이 들었을까. 눈이 번쩍 뜨인다. 이대로 자버리면 아침이 된다. 거실로 나가야 한다. 아이는 어느새 잠들었다.
큰아이 방으로 가본다. 1인용 침대에 큰큰한 아빠와 훌쩍 커버린 아이가 뒤엉켜 자고 있다. 꼭 숨이 막힐 거 같아 아빠를 흔들어본다. 남편은 실눈을 떴다가 다시 감는다. 난 분명히 깨웠다. 아침이 되면 왜 안 깨웠냐 꼭 묻는다. 지난밤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운 사람처럼. 저녁시간 동안 거실을 점령했던 아이들이 없는 소파에 기대 티브이를 보는 게 남편의 힐링이다.
나는 그토록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되는 시간을 기다렸으면서, 막상 거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조금 외롭다. 양쪽 방에서 숨소리가 새어 나오는데 왜 허전할까. 이럴 때면 TV를 틀어 아무 채널이나 돌려놓는다. 소리는 줄이고 내 할 일을 한다.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한다. 로션도 바르고 다 돌아간 빨래를 건조기에 옮긴다. 건조기가 있어도 아이들 빨래는 손수 널어 말린다. 너무 줄어들어 옷을 얼마 못 입는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을 보면 12시가 넘어 1시로 향한다. 편안한 듯 쓸쓸한 이 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몇 가지 고민들이 있으나 큰일은 아니다. 내년에는 엄마 말고 김미미의 인생이 좀 더 폈으면 좋겠다.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