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콘서트는 처음이다. 꿈차롱 작은 도서관도 처음이다. 가는 길에 차에서 입을 벌리고 잠에 들었다. 지면서도 내 입이 쩍 벌어졌다는 걸 느꼈다. 한적한 동네였다. 하루 종일 밖에 앉아 사람 수를 세어도 머릿수가 헷갈리지 않을 동네처럼 보였다. 바닷가 동네라 바람이 머리칼을 마구 뒤엉켰다. 수업이 늦게 끝나 지각생으로 입장했다. 날이 날인지라 몸은 이곳에 있어도 마음은 시청 앞에 가있었다.
발그레한 얼굴로 앉아있는 시인과, 그 옆에 대담자가 앉아 있었고 첫째 줄에는 시인의 남편이 시집을 훑고 있었다. 나는 아들과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다. 시인은 말보다 몸의 리듬이 편한 사람처럼 보였다. 춤을 출 때는 표정도 연기자 급이더니 도서관 무대에 오른 시인은 수줍은 사춘기 소녀 같았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 시를 읽더라도 비유가 어렵거나 함축된 의미가 많으면 시인의 의도를 알아채기 힘들다. 시인의 시는 나 같은 시린이가 이해할 수 없는 구절도 많았다.
다른 의미에서 나는, 시인의 시를 읽기가 많이 힘들었다. 애써 잠재워 놓은 나의 과거가 시 위에서 춤을 추듯 흐느적거리며, 다시 그곳으로 나를 빨려 들어가게 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터널이 이어진 그 시간들을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여기까지 왔는데, 시인의 시는 나를 다시 터널로 데려가 그때는 알지 못했던 감정까지 보태어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대담자의 질문에 답하는 시인의 답들은 다른 이가 듣기에는 별 대답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자꾸 눈물이 나오려 했다. 시인이 눈동자를 굴리고 허공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 일부러 길게 대답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 시를 쓰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조금 덜어졌나요?
어떤 분의 질문에 시인은 눈물을 흘렸다. 시를 쓰면서 그 힘듦이 덜어지는 게 아니라 더 무거워진다고. 그러나 그 무거움을 피하지 않고 시를 통해 살아내겠다는 시인의 말에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시인이 조금은 뻔뻔하게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인은 시인의 인생에 잘못한 게 없다. 지금부터의 시간은 누군가에게 미안함도 죄책감도 갖지 말고 온전한 시인의 시간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시인은,
나의 큰 언니이다.
북 콘서트가 끝나고 다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졸이는 마음으로 티비에 시선을 고정했고, 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안도의 박수를 쳤다. 반대가 85명인 것이 잠시 분노를 일으켰지만 우선 큰 고비를 넘겼음에 감사했다. 우리 국민들 한마음 한뜻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 자랑스럽고 가슴이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