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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mi Aug 01. 2018

내 척추가 내 맘 같지 않아서

베이스요가

요가 시간은 호흡에서부터 시작된다. 숨을 깊게 들이쉬며 몸 구석구석 호흡을 보내고, 보냈던 호흡을 차곡차곡 거둬들여 천천히 내쉰다. 들이쉬기는 쉬운데 내쉬기 어려운 날이 있고, 들이쉬기는 어려운데 내쉬기는 쉬운 날이 있다. 둘 다 쉬운 날은 좀체로 없고, 둘 다 어려운 날은 의외로 잦다. 숨을 보내며 몸의 소리를 듣는다.


퇴근 후 곧장 요가를 하러 가는 날이 많아서, 대체로는, 다리가 묵직하고, 뒷목과 어깨가 결리고, 등이 뻣뻣하다. 그러나 더 아픈 부위가 매번 다르고, 통증의 정도나 양상도 매번 다르다.  


오늘의 경우 척추뼈 마디마디로 숨이 채워지는 느낌은 좋았지만, 날개뼈 주위가 뻐근했다.


베이스요가 시간에는 신체의 한 부위에 집중해서 기초를 다진다. 오늘은 척추 중심이었다.


꼬리뼈부터 말아 올려서 배꼽을 등에 붙인 채 위로 끌어올린다는 느낌으로 꿀렁하고 몸을 구부렸다가 가슴을 열고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들며 척추를 펴는 동작이 기본이었다.  


기본을 바탕으로 동작을 이어갈수록 공기가 험악하게 조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간혹 한숨 소리도 들렸다. 땀이 뚝뚝 떨어졌다.


근력을 쥐어짜 자세를 정확히 취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아 요가가 참 좋았는데, 근래는 요가를 하는 게 고역이었다. 자꾸 미간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면서, 오늘도 그런 날이구나 생각했다.


다운독에서 플랭크로, 플랭크에서 차투랑가로, 차투랑가에서 코브라로, 척추를 말아 올렸다 펴면서 동작과 동작을 연결하며, 한 자세에서 다음 자세로 흐르듯 넘어가던 중이었다.


차투랑가에서 코브라로 넘어가던 차에 별안간 웃음이 터졌다. 요가 매트 위에 배를 깔고 오리 엉덩이를 한 채 모두가 부들부들 떨었다. 설명으로 들으면 알 것 같은데 직접 하려고 하면 몸이 말을 안 듣는 종류의 요령부득으로, 수강생 대부분이 마치 짠 듯이 그 자세에서 멈춤 한 채로 배꼽을 위로 끌어당겨 허리를 세우질 못했던 것이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를 웃음이 파도처럼 번지면서 팽팽하던 공기가 녹진하게 풀어졌다. 웃음 끝이 길었다.


좋은 웃음은 마법과 같아서, 순식간에 방안에 있는 모두가 친근하게 느껴졌고, 좀 못하면 어때 싶은 호기도 생겼다. 마음에 맺혀 있던 덩어리가 밀도를 잃고 포슬하게 흩어졌다. 이래서 요가를 좋아했었는데. 힘들어도, 완벽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즐거운 게 요가인데. 평소에 쓰지 않던 몸의 근육을 쓰는 대신 마음의 근육은 방만하게 풀어놓아도 괜찮은 그런 게 요가인데. 나는 뭘 그렇게 또 “제대로” 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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