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해내는 모든 일들을 지켜보며
장마 시작, 날씨가 흐려졌다.
아직은 비가 오지 않는 아침, 월요일이었다.
창밖으로 날씨를 체크했다.
아직 10개월인 둘째를 품에 안고,
낮잠이불 두개를 한 손에 들고,
어깨에는 둘째의 가방을 들쳐업었다.
첫째에게는 어린이집 가방을 어깨에 매어주고는
엄마를 잘 따라오라고 당부했다.
짐이 생각보다 많아 낑낑대며 나갔다.
그런데 웬걸 둘째를 어린이집 차량에 딱 태우고나니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하, 집에들어갔다 가야하나…어쩌지?"
빗줄기가 조금씩 강해졌다.
어쩔수없이 첫째와 함께 집으로 다시돌아갔다.
유모차 없이 편하게 가려고 했는데 결국 계획이 틀어졌다.
살짝 한숨이 나오는 나와달리
"우산 가지고 가자?"하면서
나를 보고 방긋거리는 아들이었다.
이젠 우산도 곧잘 쓰는 아들과 함께 등원길을 걷고 있자니
너무 대견한 마음이다.
귀찮다고 떼를 쓸수도,
우산을 쓰지 않고 가겠다고 찡얼거릴 수도 있는데,
그랬다면 나의 오늘 아침이 아주 많이 힘들었을텐데
너무나 의젓하게 행동하는 너를 보니 힘들단 말이 쏙 들어갔다.
너와 함께 하는 길이 즐거웠다.
지금은 우산을 가지고 빗속을 걸으러가는 중이다.
어제는 시골에 있는 친정에가서 점심을 먹었다.
정성스런 밥상을 먹고나니 두시,
이제 햇볕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아들이 엄마와 산책을 가기를 요청했다.
문만 나서면 바깥이니 잠깐 그늘에서 바람만 쐴 요량으로 아들과 둘이 같이 산책을 나갔다.
물론 길어졌다.
한시간여되는 산책길이 길기도하고 매우 덥기도했다.
특히 친정집은 산 중턱에 있어 오르막길 경사가 매우 심하다.
내려가면 갈수록 돌아오는 것이 힘들걸 알기에
아이에게 중간중간 돌아가자 권유했지만
길마다 있는 풀과 꽃 그리고 작은 벌레들에게 발걸음를 잡힌 아들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실컷 구경하고 나니 그제야 돌아가자는 나의 요청에
응해주던 아들.
아이는 돌아가는길에 나에게 손을 뻗으며 안아달라고했다.
손에 비눗방울에 논에서 잡은 올챙이까지 들고있던 나는 안아줄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들은 떼를 쓰지 않았다.
바알갛게 된 얼굴로 가쁜숨을 몰아쉬며
나와 함께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돌아가는길에도 마을 어르신들께 인사를 크게 하고
"엄마랑 산책나왔어요!"하며 이 산책의 기쁨을 표현했다.
오르막길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 같았다.
나도 함께 즐거웠다.
같이 어린아이가 된 것도 같았다.
꽃을 꺾어 트랙터에게 주고싶다던 너는
얼마나 내 기쁨인지.
아이를 키우며 힘든 일은 많다.
하지만 이 아이가 견뎌내는 것을 보면 나에게도 힘이 생긴다.
나만 버텨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 작은 아이도 하루하루 자기가 해야하는 일을 생각하고,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을 해낸다.
나에게도 숨가쁘던 오르막길은 아이에겐 얼마나 높았을까.
이 아이가 벌써 이렇게 해내어도 되는 건지
마음이 살짝 아리기도하다.
아이의 밝은 미소에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래, 나도 웃어보이며 해낼 수 있는 하루하루들이다.
언제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