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날들의 기록

[다툼, 그 속에서 자라는 사랑] 사랑은 같은 말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by 행화당

선선한 오후 남편과 함께 산책에 나섰다.

집 앞 상가에 있는 자그마한 꽃집을 지나며 남편이 얘기했다.

“꽃 한 송이 살까?”

“좋아, 당신이 골라 올래요?”

지갑을 건네주고 밖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자 알림이 왔다.

내 개인 카드로 결제가 된 것이다.


“생활비 카드가 지갑에 없었어?”

“다음엔 생활비 카드로 할게”

남편의 날 선 대답이 돌아왔다.


생활비 카드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던 나는 그냥 ‘카드가 지갑에 없나?’ 하는 생각에 물어본 것이었는데...


남편의 말에 욱 화가 났다. 비슷한 일이 최근에도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말을 있는 그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왜 꼬아서 듣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되지 않았다.


결국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런 뜻이 아니다. VS 나는 그렇게 들었다.’로 크게 싸우고 말았다.


모처럼 남편이 일찍 마친 날 기쁜 마음으로 함께 나왔는데

나는 화가 나서 다른 방향으로 돌아 집으로 왔다.

마치 새벽공기가 둘러싸고 있는 것만 같은 청명한 오후였는데

내가 들이마시는 숨은 너무나 무겁게만 느껴졌다.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화해하고 나니 허무했다.

아까는 왜 말을 꼬아 듣느냐며 남편을 몰아쳤지만 생각해보면

‘아니 카드가 있는지 없는지 궁금해서 그랬어. 좀 뭐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어?’ 하고 내가 한 번 더 부드럽게 말했어도 될 일이었다.

또 나를 깎아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결혼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말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듣고, 얼마나 기다려주는가라는 걸.

서툰 표현보다 더 큰 문제는, 상대의 말 뒤에 있는 마음을 기다리지 않고 단정 지어 버리는 내 습관이었다.


갈등은 늘 사소한 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 끝에서 돌아보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어 있었다.

어쩌면 결혼은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말의 의미’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같은 말을 다르게 듣고 있다.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사랑이 자라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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