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흥미진진하게 보았던 <라따뚜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었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인 레미가 하수구에서 길을 잃고 운명처럼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떨어진다. 그곳에서 레미가 가진 절대미각, 빠른 손놀림, 끓어 넘치는 열정으로 최고의 요리실력을 선보이는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평소에 요리라는 걸 거의 해본 적이 없었는데, 연말을 맞이하여 직접 테이블 세팅을 해보고자 쿠킹클래스를 수강했다. 중국 요리, 터키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손꼽히는 프랑스 요리를 선택했다. 특별히 르꼬숑 오너셰프 정상원님께서 <프랑스 치즈요리와 와인페어링>이라는 주제로 2시간동안 프랑스 요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부터 와인과 치즈의 종류, 맛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프랑스에서는 앙트레(에피타이저), 플라(메인 디시), 데세르(디저트)를 각각 2~3가지씩으로 하여 4~6 코스를 구성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클래스에서 고퀼 생 자크(가리비)와 라끌레뜨 치즈, 에멘탈 치즈와 라따뚜이 파르시(스튜), 블루 도베르뉴 치즈와 꼬뜰레뜨 다뇨(양갈비) 총 3가지 요리를 배웠다.
먼저 연성 치즈인 브리드모, 까망베르 드 노르망디, 경성 치즈인 에멘탈, 라클레뜨, 꽁떼, 나머지는 블루치즈, 에푸아스 등 10가지 정도 치즈를 시식했다. 와인을 마시면서 무심코 곁들이던 치즈의 이름도 다 외우기 힘든만큼 다양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첫번째 가리비 요리에서는 샤프란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고 생크림, 조개 스톡, 치킨 스톡, 그라노빠다노를 넣고 끓인다. 치즈의 제일 윗면을 갈아서 꽃모양으로 만들어 가리비 위에 얹으니 아름다운 요리가 완성되었다.
두번째는 라따뚜이 파르시로 '라따뚜이'는 프랑스어로 '잡탕요리'를 의미하는데 가지, 호박, 피망, 토마토 등에 허브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뭉근히 끓여 만든 채소 스튜이다. '파르시'는 채우다라는 뜻으로, 토마토 파르시는 토마토 안에 여러가지 재료를 섞은 것들을 잘 채워 넣으면 완성된다. 맛과 영양가도 좋지만 플레이트에 어떠한 장식을 가미하면 시각효과까지 있다.
마지막은 파티의 메인디쉬로 활용되는 꼬뜰레뜨 다뇨이다. 꼬뜰레뜨는 갈비라는 뜻, 다뇨는 어린 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브루고뉴 지역의 베리 종류인 까시스로 소스를 만드는데, 샤넬 향수의 베리향을 내는 데에 쓰이기도 한단다. 매시 포테이토와 당근 퓨레를 접시에 먼저 담고 타임이라는 프랑스 허브를 놓고 양갈비를 올리면 끝이다. 퓨레란 각종 야채나 곡류 등을 삶아 걸쭉하게 만든 것을 말하고, 타임은 서양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로 사용된다. 소비뇽블랑으로 만든 화이트와인과 함께 프랑스 요리를 맛보게 되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셰프님께서 2시간 내내 프랑스를 여행한 느낌을 줄만큼 지방마다의 특징과 히스토리를 맛깔나게 얘기해 주셔서 좋았고,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 <치즈도감> 등 음식과 관련된 책 추천도 해주셔서 좋았고, 요리를 배운만큼 프랑스어의 뜻도 알게 되어 좋았다. 다음에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게 되면 괜한 애정이 생기게 되고, 아는만큼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될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식당에 가면 셰프를 직접 불러 계속 칭찬해 주고 팁도 많이 주면서, 이러한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식당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전한다고 했다. 정상원 셰프는 클래스를 마무리 하면서, 칭찬에 인색한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변화되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레시피가 점점 개발되어 미각의 향연을 마음껏 누리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시 만나기 어려운 셰프님만의 요리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클래스였다. 과연 이번 연말에 레미가 되어 환상적인 테이블 세팅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