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장수상회>는 2014년 할리우드 영화 ‘러블리, 스틸’을 리메이크 한 강제규 감독의 동명 영화를 연극으로 재탄생시킨 걸작이다. 2016년 미국 LA에서부터 한국에서 전국 30개 도시투어를 하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명품 연극으로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명품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김성칠역 이순재님, 임금님역 손숙님, 김장수역 강성진님, 김민정역 김민경님까지 좋아라하는 국민 배우들이 총출동한 날에 관람하게 되었다. 특히, 고등학교 선배님이신 연출 박혜선님과 배우 강성진님의 작품이라 더욱 관심이 가는 연극이었다. 선배님들 덕분에 할인가로 좋은 자리에서 보게 되었는데, 10월 9일 막공 때까지 매진행렬을 이어가시기를 기원한다. 오늘도 관객석이 꽉꽉 채워진 걸 보니 앞으로도 잘 되리라 믿는다.
<장수상회>는 젊은 이들의 사랑이 아닌 70대의 황혼의 사랑을 소재로 하여 더욱 특별했으며, 아름다운 비밀을 간직한 로맨스와 가족들의 사랑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이번 연극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까칠한 노신사 ‘성칠’. ‘장수상회’를 지켜온 오랜 모범 직원인 그는 참전용사라는 자부심은 넘쳐도 배려심, 다정함 따윈 잊은 지 오래다. ‘장수상회’ 옆집에 꽃가게를 연 고운 외모의 ‘금님’. 퉁명스러운 공세에도 언제나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소녀 같은 그녀의 모습에 ‘성칠’은 당혹스러워 하고, 그런 그에게 갑작스레 ‘금님’은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다. 무심한 척 했지만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성칠’! 모두의 응원에 힘입어 첫 데이트를 무사히 마친 ‘성칠’은 어색하고 서툴지만, ‘금님’과의 설레는 만남을 이어가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성칠’이 ‘금님’과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금님’을 애타게 찾던 ‘성칠’은 자신만 몰랐던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성칠'과 '금님'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던 부부지만 그렇게 지난 날을 잊고 살아온 거다. 현실적으로도 이제 몇 집 건너 한 곳은 치매를 가진 분으로 가족 전체가 병들고 있어 노인치매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부가 기억이 지워져 겪는 해프닝과 가슴 뭉클한 사랑 이야기를 전해 주면서, 치매와 노인 문제, 그리고 사라져 가는 가족애를 환기시켜 주었다.
이순재님과 손숙님께서 에너지 넘치는 연기와 무대를 장악하는 발성으로, 멋진 황혼의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 tvN <인생술집>에서 이순재님께서 "현재 83세, 살아서 일하고 있는게 고맙다, 내가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선택받은 사람"이라며 진정한 행복을 전하셨고, ''세월을 받아들이는 것도 연기의 일부이니 빨리 내려놔야 즐겁다, 욕심을 버려라, 삶의 평화가 올 것''이라고 하신 말씀들이 오버랩 되면서 직접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니, 진하고 잔잔한 감동이 전해졌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에 매료되어서 100분의 시간이 벌써 흘러 공연이 끝났나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상당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이 갖는 가치는 지대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챙기기도 버겁다는 이유로 평소에 사랑의 귀중한 가치를 잊고 살기 쉽다. <장수상회>를 보고 나니 사랑의 본래 뜻인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내 주위 사람들과 모든 존재들을 귀하게 여기고, 모두가 나이 들어서까지 사랑하고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