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숨긴 무언가를 뜻한다. 사랑은 밝은 면이 있지만 반대로 그 뒤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나의 그림자를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었다. 나의 그림자 속에는 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같은 것들이 가득 담겨 짙어지고 있었다.
억지로 웃을 수록 그 웃음의 그림자는 짙어지고 커져만 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림자가 짙어질 수록 빛을 쫓는게 아니라 빛과 멀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신의 빛, 당신의 밝음에 비춰진 나의 그림자는 더 길게 늘어져 나를 괴롭히곤 했다.
내가 나의 그림자를 보고 싶지 않아 당신과 거리를 두려했는지 모른다.
다가오지마. 나는 나의 그림자를 보고 싶지 않아.
아니. 나의 그림자 속에 숨긴 이 못난 것들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이게 맞는 말이다. 건강했던 시간들의 나는 타인의 그림자도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예쁘게 감싸주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무너지고 난 뒤에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날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당신은 계속 다가와 나를 마주했다.
당신의 그림자도 괜찮다고. 사람은 누구나 그림자가 있고 그 속에 많은 것들을 숨겨둔다고.
당신 역시 당신의 그림자 속에 숨긴 것들이 무섭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나와의 거리를 두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한동안 나는 스스로 만든 그림자를 덮고 숨어 살았다. 당신은 끊임없이 나에게 다가와 빛을 비췄다.
많은 핑계들을 댔던 것 같다. 그래도 당신은 날 사랑했다.
시간이 지나 그 순간들을 적어내려가다보니, 당신이 했던 말들 중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나의 그림자는 당신에게 그늘이라고.
당신은 나의 그림자를 그늘로 만들어줬던 사람이구나.
스스로를 미워했던 나를, 그런 나를 사랑하는 당신은 나의 그림자까지 그늘로 만들어 나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