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순
"너무 가까우면 가시에 찔리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 그러니 고슴도치들은 현명하게도 서로에게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 쇼펜하우어
"추운 겨울 어느 날, 서로의 온기를 위해 몇 마리의 고슴도치가 모여있었다. 하지만 고슴도치들이 모일수록 그들의 바늘이 서로를 찌르기 시작하였고, 그들은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추위는 고슴도치들을 다시 모이게끔 하였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기 시작하였다. 많은 수의 모임과 헤어짐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다른 고슴도치와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쇼펜하우어, 고슴도치 우화
애정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수시로 샘솟는 샘물 같은 것은 아니다.
총량이 존재하고 이것을 만들어내는 원리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다. 무언가로 인해 흘러가거나 끌려가기도 한다. 대부분 어떤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삶을 사는 것, 이런 삶이 나의 삶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당신에게 수많은 핑계들을 댄다. 상황, 컨디션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단지 당신과 일정 거리를 두고 싶은 것일 뿐이다.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애정도 식는다는 것을 배웠다.
애정은 애석하게도 끊임없이 샘솟지 않고, 늘 따뜻하지 않다. 억지로 그러다 보면 아예 소멸해 버린다는 것을 배웠다.
아직도 어색하지만 이제는 당신과 거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냥 거기까지만 다가오라고 말하고 혼자만의 쉼을 택한다. 영원히 함께 웃고 우는 것은 어렵다. 당신을 생각 없이 만나는 것도 어렵다. 또 당신을 만나면서 생각을 많이 하면 이것 또한 다른 방면으로 어렵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묻어둘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가까이서 보면 우리는 서로 다른 각자의 시공간을 살아간다. 그래서 떨어져서 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같은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우리는 왜 애정을 갈구하면서 애정을 받으면 또 그것에서 거리를 두려고 할까? 신기한 동물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필요한 관계일까?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을 말한다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런 생각은 치기 어린 생각일까?
나와 당신의 가시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느 정도 떨어지면 추위에 얼어붙을까? 인간은 참 모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