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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을 Nov 21. 2019

열정이 많은 사람의 무능력

프리랜서의 일기

1인 기업가가 등장하고 프리랜서들의 세상이 오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훨씬 많다. 매일 사람들을 마주하며 살아가며 학교부터 취업 준비까지 다른 사람과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간다. 취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이다.


함께해서 좋은 이점들도 많지만 함께해서 좋지 않은 것들 또한 너무 많다. 일을 하다보면 나의 속도와 다른 사람의 속도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주는 사람끼리 함께 한다면 좋겠지만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맞추는 노력을 하기 시작하면 그 노력에 쏟아버린 에너지로 지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서로에게 누가 더 노력을 쏟았느냐에 대한 계산이 시작된다. 


너는 너무 열정이 많아. 그래서 문제야.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화가 났고 어이가 없었다. 열정이 많은 게 문제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열정이 많은 게 아니라 네가 열정이 없다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냐는 질문이 목까지 올라왔다.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안 할 거면 차라리 하질 말자는 성향 때문에 자연스럽게 팀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매번 그럴 때마다 꼭 누군가는 한 명씩 뒤에서 나를 욕했다. 


내가 나 혼자 좋자고 하는 건가?


매번 팀으로 일을 할 때마다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은 꼭 한 명씩 있었고 그런 이들을 설득하길 포기하고 그 사람 몫까지 다 해버렸다. 그런 이들을 설득해봤자 손해는 결국 나만 본다는 생각이 늘 따라다녔고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이 속했던 일이 좋은 결과를 받게 되면 그 사람까지 덩달아 좋은 결과를 갖게 되는 게 싫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에 넘어가며 살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 수록 이건 내가 이해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냥 무례한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래서 팀이라고 하면 시작부터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점점 팀으로 하는 일을 기피하게 되었고 이젠 아예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 팀으로 일을 할 때보다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훨씬 더 많지만 차라리 이게 편해졌다. 디자인이 필요하면 혼자 해보다가 그냥 외주를 알아보거나 협업의 개념으로 다른 프리랜서들과 프로젝트 성으로 일을 한다. 이렇게 되니 무임승차는 없고 그저 원하는 능력을 서로 교환하는 셈이니 윈윈이다.


무작정 나의 속도에 상대방을 맞춰 끼우려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좋은 결과를 위해서 평소보다 좀 더 속도를 내는 사람,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북돋아주는 사람을 그만뒀다. 그 대신 이제는 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칠 때마다 이런 생각들을 지우고 싶지만 그랬다가 다시 또 손해를 보고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렵다.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착각


어디를 가나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할 때 앞서서 이끄는 사람, 에너지를 남들보다 더 많이 투자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흔하게 하는 생각들 중 하나는 "나는 원래 이런 속도의 사람이야"라는 말이다. 


 원래 이런 사람은 없다. 열정이 넘쳐보이는 그 사람도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 살면서 내가 만났던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은 결코  에너지가 남아돌아서 열심히 일을 한게 아니었다. 단지 자신을 조금 희생해서라도 다같이  좋은 결과를 받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도 똑같이 고민했고 힘들었고 지쳤지만 누군가를 탓하거나 일의 실패나 좋지 않은 결과의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속도가 너무 빠르다거나 열정이 과하다는 이야기는 엄청난 무례함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내가 그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자신만의 주관을 고수하고 소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에서 자신이 조금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하는 사람들을 보고 배우려는 사람이 되려고 살아왔다. 세상은 당연히 나와 다른 사람들이 넘쳐나기에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나는 나의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가면 그만이지만, 점점 열심히 하는 사람만 병신이 되는 세상인 것 같아 슬프다. 


프리랜서의 삶을 살면서 느끼는 팀의 갈증은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반대쪽에 서있기에 반대 편이 그리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과 좋은 팀원 그리고 좋은 리더의 기준은 뭘까. 많은 서적을 읽고 경험을 하면서 이런 게 좋은 리더이고 좋은 팀원이지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또 모르겠다. 


속도가 맞는 사람, 빠른 이들은 함께 선두그룹에서 뛰며 그들끼리 함께 달려 나가는 삶. 그게 맞는 것 같다.

모든 이들의 속도가 다르기에 그에 맞는 리그가 존재하는 걸 테니까. 나의 마음의 속도가 맞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속앓이를 해야 할까? 


열정이 설 곳이 사라진 것 같아 씁쓸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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