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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을 Feb 13. 2020

N잡러가 아니라 그냥 N입니다.

프리랜서의 일기


 이틀 전 두 번째 책을 탈고하고 표지 시안을 받았다. 제목을 직접 지었고 최종 데이터의 마감일을 확인한 후에 그제야 밀린 디자인 업무를 처리했다. 새로 만들려는 노트 디자인에 대한 상세 스토리 라인들을 정리하고 레이아웃들을 잡다가 최근에 끝난 글쓰기 클래스에 대한 굿즈 제작에 관한 짧은 온라인 회의를 했다.


 어떤 식으로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짧은 의견과 함께 일러스트로 레이아웃을 잡고 글쓰기 회원분들이 정리해서 주신 원고들을 추려서  전달했다. 조금 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말하려다가 그 부분은 그냥 맡기기로 했다. 


 다시 돌아와 현재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여러 권이 에세이집들을 읽어보면서 이것들은 왜 베스트셀러인지를 생각해봤다. 글을 쓰는 일이 취미에서 수입을 벌어주는 일이 되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는 시간은 두 가지로 버전으로 나뉘었다. 작가 버전은 잘 팔리는 책은 왜 잘 팔리는지를 분석하는 것이고 다른 버전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 버전으로  정말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읽다가도 이내 여러 가지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면 노트를 펴고 끄적거리게 된다. 저주를 받은 것처럼 삶과 일의 경계가 사라졌고 휴식과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시간 또한 사라졌다. 그냥 삶과 일의 혼연일체다. 그래서 일부러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과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시간을 나누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되질 않는다.


며칠 전 미뤄두다가 새롭게 진행한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콘텐츠를 정리하다가 원데이 클래스를 열 수 있는 플랫폼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다. 이날과 이날 가능하냐는 질문에 곧 바로 진행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확인하지 않고 노트북을 들고 24시 스터디 카페로 들어와 글을 쓴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각자 저마다 자신이 하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작가인데 전업 작가는 아닌데 글쓰기로 강의를 하고, 디자인을 하면서 개발을 한다고 말했다. 


와..N잡러시네요.!! 라는 반응에 몇 초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N 잡러는 아니고요 저는 그냥 N입니다..


내가 가진 여러 가지의 재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고, 그것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길이 나뉘었다. 나에게는 이 길들이 전부 하나로 보이기 시작했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IT와 디자인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의 영역은 철저하게 별개로 보인다는 걸 부인하진 않는다.


N잡러의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돌아보니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프리랜서라고 말하면서 취업을 꿈꾼다.하지만 나에게 취업은 정착의 개념이 아닌 배움의 개념이기에 안정을 위한 착지는 아니다. 처음 만나는 난기류를 좀더 멋지게 극복하기 위한 단련이정도로 생각한다. 

때로는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것이 불안정함이라면 불안한 건 맞다. 이렇게 살아 간다면 계속해서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하는 건가 생각하면서도 지금의 삶이 불안정하냐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또 그렇지도 않다.


불안정하지 않는 삶은 어디 있겠냐. 어느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다고 해서 삶이 안정을 찾게 될까? 그것 또한 사람 나름이다. 


다가오지 않을 미래가 걱정되어서 어떤 미래가 다가오더라도 그 미래가 원하는 맞춤형 인간이 될 준비를 하며 살고 있다면 쉽게 정리가 될까.


 그렇다면 나는 아직 N잡러는 아니다. 나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나를 발견하고 발전시켜나갈 N이다. 


프리랜서의 삶은 일과 삶이 없다. 주말에도 일을 하고 평일에도 출퇴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서서히 만들어 가고 있다. 몇 시에 기상해서 몇 시까지 최소한 카페에 들어가기. 그런데 아직 그 패턴을 정확하게 잡아 그 안에 나를 맞추기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런데 일이고 나발이고.. 운동부터 규칙적으로 해야겠다. 매일 운동을 가는 게 목표였는데 하루만 운동을 가도 그다음 날 온몸이 뻐근하다. 체력을 기르고 싶어서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운동을 하려니 체력이 없어서 힘든 건 무슨 일이람.. 프리랜서의 삶의 장단점을 논할 생각은 없다. 단지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고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이 많아진다는 것. 그런데 그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삶이 아직까진 나쁘지 않다. 적어도 내가 아닌 타인이 나의 가치를 정해주는 삶을 살 진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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