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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Apr 11. 2020

#잡문단문 1. 이혼을 안하는 방법

짧고 즉흥적인

이혼을 안하는 방법은 미혼, 즉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참 쉽죠? 


가까운 사람의 30년 넘는 결혼 생활과 이혼 과정, 그리고 이혼 후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혼 안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행복하느냐 그리고 가족 구성원, 이혼 당사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지켜지느냐가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결혼은 생물과도 같다는 것. 식물이든 동물이든 태어나서 성장하고 시기에 따라 퇴보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듯, 결혼 또한 시작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늘 변한다는 것을. 이 변화의 방향성은 오로지 당사자에게 달린 일임을. 어느 한 쪽만의 노력으로도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 누구도 한 쪽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노랫말이 맞다는 것을. 일정 수준의 갈등은 서로의 차이를 좁히는 기회가 되고 적절한 노력에 따라 더 나은 결혼 생활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이상의 갈등은 서로를 파멸시킨다는 것을. 자녀를 위해 참는 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로 인해 아이들은 더 큰 고통을 받는 다는 것을. 어떤 경우라도, 사소한 것이라도 폭력은 폭력이고 애초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 작은 폭력이 큰 폭력을 부른다는 것을. 자신이 상처 받았음을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권리는 없다는 것을. 결혼이 끝도 아니듯 이혼도 끝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이혼하고 나서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사랑은 위대하지만 동시에 사랑만큼 나약하고 허무하며 변하기 쉬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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