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go Sep 27. 2019

선택의 문제

선택입니다 존중해주세요

매년 패션의 유행이 바뀐다. 어느 해에는 버건디 색이 어느 해에는 민트 색이 ‘핫한’ 색으로 정해지고 패턴이나 다른 부분들도 그렇다.

유행을 따라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행에 맞춰 옷을 입는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의 선택에 따라 옷을 입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거나 지탄을 받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치킨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회를 좋아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대게 ‘그게 좋으니까’ 라는 답을 할 것이다. 이건 어떤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이자 선택이다. 여기에는 어떤 옳고 그름도 없다. 그저 각자의 뜻을 존중해야 할 뿐이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무신론을 믿는다. 신이 없으며 따라서 종교 또한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종교와 종교인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그들을 악이라 규정하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종교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유용하고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그렇기 때문에 천주교 신자인 엄마와 나는 서로의 선택과 생각을 존중하며 공존하고 있다).


물론, 종교와 종교인들의 생각과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존중이 성립된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다. 종교와 종교인들의 행태에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본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온건한 종교인들 또한 자신의 신념을 개인의 신념에서 그치지 않고 타인과 사회에 강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종교에서 말하는 교리나 규칙은 해당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정교일치의 시대에서는 종교가 곧 법이었지만 현대 사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각자의 신념을 존중하되 그 신념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종교인들에게 바라는 점은 종교적 신념이 중요하더라도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다. 종교를 이유로 탄압받았던 때를 기억하길 바란다. 그 때는 종교를 믿기 때문에 살해당하고 숨어 살아야 했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한 역사는 반복될 뿐이며 공존 또한 불가능하다.


그러니 제발 잘 살고 있는 무신론자들을 비난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마라. 연민과 동정의 시선도 보내지 말라.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우리에겐 종교인들이야말로 거짓에 속아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바보들에 불과하니까 말이다(때때로 종교인들의 행동과 주장들을 듣다보면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종교에 대해 적대적인 무신론자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온건하게 대응하지만, 언제까지 내가 온건한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종교인들을 설득하고 싶지 않다(이게 얼마나 어렵고 또 비생산적인지 잘 알고 있다). 그저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무신론자가 되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