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의 선물
자정을 넘은 시간, 방금 먹은 저녁의 포만감을 느끼며 산책하러 공원으로 향했다. 대게 이 시간에는 사람들이 없어야 하는데 두 명씩 총 네명의 사람들이 각각 떨어져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나는 그들을 피해 천천히 공원을 산책하다 달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름 모를 한 나무에 핀 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달빛과 가로등 불빛을 입은 꽃들은 마치 눈처럼 보였고 그래서 눈이 나무 위에 내려 앉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나무를 바라보다 스마트폰에 이 광경을 담았다. 어쩌면 내일 이 꽃들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꽃은 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덧없는 거라고, 하지만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기억속에 남아 있다고, 순간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꽃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