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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Jun 02. 2020

자기 전 필사 하기

제일 먼저 필사한 시. 손이 덜 풀렸는지 자유분방 그 자체.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택배 기사님을 기다렸던 일을 떠올려 보면 된다.

언제나 올까 앱을 확인하고 예상 도착 시간에 문가를 서성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 느낌이다.


두 번째 필사한 소설. 나쓰메 소세키 특유의 쓸쓸함과 씁쓸함이 잘 묻어나오는 작품이다. 첫 번째와 달리 꽤나 마음에 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무신론자가 되기 전에 이런 느낌이 들었다. 무신론자 선언을 하기에는 두려웠고 - 주변 사람들의 대다수가 개신교인이었고, 가족을 포함해 내가 속해있는 집단도 그랬다 - 그렇다고 다시 신실한 신자인 척 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결국 용기를 내 무신론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세 번째로 필사한 소설들. 갑자기 줄 간격 감각이 상실된 것처럼 살짝 엉망이 되버렸다. 회고록을 완전히 마친 지금, 허탈감과 허무함 등에 사로잡혀 빈 종이의 기분을 만끽하는 중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진실도, 정직함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진보에 대한 불신이 날로 깊어 간다. 진보가 아니라 퇴보인 듯. 진보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정직함, 청렴함은 사라지고 어설픈 구호만 남았다. 적폐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주류가 되자 똑같이, 아니 더 후안무치하게 변해버렸다. 마르크스 씨, 당신이 틀렸어요. 이상은 그저 이상이랍니다.


대망의 마지막. 둘 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애정하는 작품들이다. 두 번째 필사한 거랑 이게 마음에 든다.

사랑과 사랑이 아닌 것. 우리는 사랑을 안다고 하지만 아예 모르거나 껍데기만 핥고 있을 뿐.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맞춰사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남과 다르기만을 원하는 것 자체도 문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과 그대로 사는 것은 일종의 투쟁이며 투쟁에는 대가와 희생이 필연적이다.


오늘은 6시 전에 자야지 했는데 언제나처럼 7시가 다 되어간다. 10분이라도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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