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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Nov 20. 2023

코로나 D+4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나만 아픈 게 아니라서 문제야

0.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방 한켠을 채우고 있다.

날씨가 맑아서 다행이다.


1.

병원에서 전보다 심해진 인후염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받았다.

자다가도 목이 아파서 깰 정도에다 콧물이 주룩 흐른다.

일어날 때 코에서 뭐가 흐르길래 처음엔 코피인 줄 알았다.


2.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엊그제 성당 언니분께서 1차로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 주셨는데 오늘도 그렇게 해주신다고.

수건이랑 음료수 등등 주문 사항을 위해 집안을 뒤적이고 하다보니 식은땀이 주룩 흐른다.

그러면서 터지기 직전인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열어 통에 담아 내보낼 준비도 하고, 세탁기도 돌리고... 

머리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3.

엄마의 증상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듯 하다.

발진이 이제는 얼굴에도 생기고 구역감에 음식도 먹지 못한다고.

그래서 수액으로 영양을 보충하고 있고 혹시나 먹으면 입맛이 돌까해서 음료수를 보내달라고 했다.

열도 안 떨어진다고 하니 걱정이 되지만 옆에서 지켜볼 수 없으니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알수도 없고

막연함만 늘어간다.


4.

어쩌면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가장 최선은 엄마가 회복하는 것이지만, 만약에라도 그렇지 못한다면 너무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으면 한다. 

일평생 장애와 전 남편으로 인해 충분히 고통스러웠으니 마지막이라도 덜 고통스러워야 맞지 않을까.


5.

세탁기에서 종료음이 흘러나온다.

인생에도 끝을 알리는, 종착역이라는 알림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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