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The Offspring의 The Kids Aren't Alright을 자주 듣는다. 하루에 못 들어도 열 번은 듣는 듯.
2.
Pretty Fly도 오프스프링의 대표곡 중 하나인데 이거 보다 The Kids Aren't Alright이 더 마음에 든다. 특히 What the hell is going on 이부분.
3.
What the hell is going on을 해석하자면, "X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전쟁 영화나 외국 FPS 게임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대사이기도 한 이 가사는 노래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요즘 내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4.
노래의 가사를 대략 살펴보면 과거에는 희망찼던 - 혹은 그래 보였던 - 곳이 지금은 죽음과 절망으로 가득찬 곳이 되어버렸고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건지 한탄 내지는 절규하는 내용이다.
5.
세상 돌아가는 걸 다른 세상에서 바라보듯 - 장 보러 가거나 운동하러 밖에 나갈 때를 제외하면 사회 활동 혹은 사회적 접촉이 없으므로 - 보고 있자니 What the hell is going on, "아니 X발 뭐가 어떻게 된거야?"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코로나 환자도 환자지만 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교회 및 여러 정치적 문제들 또한 만만치 않다. 코로나라는 인간의 근원적 공포와 불안을 건드리는 문제가 바닥에 깔려 있으니 이성적으로 혹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무엇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원래부터 그런 건 없었을지도?)
6.
나는 IMF가 터지기 몇 년전에 태어났다. 90년대 생이 온다 라는 책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세대인 셈. 적어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커서 무엇이 되야겠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애들이 많았다.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직업 중 하나가 대통령... 소방관이나 경찰관도 단골 직업이었고.
7.
하지만 언젠가 봤던 기사에서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이 유투버, 연예인, 더 나아가 임대사업자 그러니까 건물주라고 했다. 내가 보냈던 그 시기와 지금 아이들이 보내고 있는 시기가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이게 괜찮은 걸까 싶기도 하다.
8.
노래의 가사는 미국이 배경이라 - 고향인 캘리포니아에 다녀와서 썼다고 한다 - 극단적인 절망이 드러나 있다. 유망했던 여자 아이는 학교를 중퇴하고 아이를 가졌다. 어떤 아이는 자살을 했고, 어떤 아이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으며 나이가 들어서도 취직이 안돼 부모님 집에서 기타나 치고 마리화나에 쩔어 사는 아이도 있다.
9.
표면적으로는 노래의 가사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아 보이지만 한국 또한 별다를 게 없다. 어릴 때만 해도 밖에 나가면 같이 놀을 수 있는 애들을 찾는 게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학원에 치여 밖에서 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더구나 길거리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옛날보다 더 많아졌다. 청년 실업은 갈수록 늘어가고 일자리 자체도 나빠졌다. 세대 간 갈등, 젠더 갈등은 풀릴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자살자의 숫자도 끊임없이 늘어간다. 여기에 더해 매년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말로 What the hell is going on!
10.
일본에는 사토리 세대라는, 체념이 삶이 된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 있다. 여러 사회 경제적 요인이 겹쳐지면서 희망이 없다는 걸, 더 나은 미래 따윈 없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큰 꿈을 꾸지 않는다. 그저 하루, 혹은 가까운 미래의 안정만을 생각할 뿐. 아직도 한국에서는 '노력' 신화와 '긍정' 만능주의가 힘을 얻는 중이지만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농담처럼 건네는 말이긴 하지만 "포기하면 편해~"라는 말 속에 어쩌면 이미 체념의 그림자가 조금씩 보이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