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주는 매력
나는 지금 기차를 타고 서울을 향해가고 있다.
미루고 미뤘지만 결국에는 가고 있다.
부천에 있는 외가에 가는 길은 늘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부천이라는 장소, 내가 태어난 곳이자 유년기를 보냈던 곳.
좋았던 시절이지만 그럼에도 다소 복잡한 관계와 사건들이 엉켜서 아주 밝지만은 않은 곳이다.
게다가 서울이란 도시는 내게 너무나 어렵다.
뭐가 어렵냐면, 그 많은 사람들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내게는 대전이라는 장소가 적당하다.
원체 인간이라는 존재를 선호하지 않는 인간으로서 아무리 한가한 시간이라 할지라도 거리를 채우고 있는 서울의 사람들은 고통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무튼 그리움과 행복 그리고 불편함과 괴로움을 안고서 철로 위에 몸을 뉘었다.
창밖은 안개로 가득하다.
문득 무진기행이 생각났다.
정확한 구절은, 문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무진기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소설에는 안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10-15미터 떨어진 곳에 강이 있는지 도로가 있는지 논밭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안개는 두려움과 포근함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다.
실체는 없지만 분명 나는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나를 감싸고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포근함과 한치 앞을 볼 수 없다는 시각의 상실이 주는 근원적 공포가 안개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