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하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좋아했던 노래들이 마음 속에서 맴돌곤 한다.
나는 알고 있어요 우리의 사랑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서로가 원한다 해도 영원할 순 없어요
저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랑의 영원함에 대한 부정 때문이다.
정확히는 사랑의 유한함에 대한 인정이다.
이 부분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 마음을 파고든다.
흔한 사랑 노래에서는 영원함을 약속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어김없이 회자되는 노래에서는 유한함을 음미한다. 우리는 영원함을 염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오랜 만에 이 노래를 반복 재생하던 중에 이형기의 <낙화>라는 시가 생각났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시였지만 너무나도 좋아했기에 몇 번씩 필사했었던 시.
그때는 소설보다 시가 더 좋았고 시인을 꿈꿨던 때였다.
이 시 또한 '끝'을 이야기한다.
타오르듯 했던 사랑이 끝나고 남은 것은 슬픔과 함께 찾아온 성숙이다.
기억.
노래에서는 사랑의 마지막을 기억의 시작으로 바꾼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지만, 기억은 그 사람이 죽는 순간까지 지속된다.
어쩌면 사랑의 실재(實在)는 기억 속에서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최호섭의 노래에서 시작된 생각은 <낙화>를 거쳐 기형도에서 멈췄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제목을 '입 속의 검은 잎'으로 알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질투는 나의 힘>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건 시가 아닌 시집 제목.
시인 꿈나무였던 시기, '이상'의 시처럼 난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매력적인 시가 기형도의 작품이었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또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욱 '영원'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노래 제목으로 때웠다. 조금 더 고민해보면 나올 것 같았는데 미래의 '나'에게 숙제로 남겼다.
+ 리메이크한 곡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원곡을 넘어서는 것은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0k0f5Z0ay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