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다죠
좋아하는 일을 해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직업 선택에 대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현실을 고려한 선택이 많은 요즘에 더 상투적으로 들리는 말들.
물론, 이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좋은 일이고 권장되어야 한다. 최초의 인간이라고 누군가 주장하는 아담의 원죄로 인해 감사하게도 죽을 때까지 노동을 해야하는데, 가급적이면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그나마 낫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데 귀찮고 힘든 일이 반드시 있다. 자잘하게 설거지 하기나 밥차려 먹기부터, 내가 좋아서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작가의 일도 그렇다. 글을 쓰는 게 좋고 하고 싶어서 하고 있지만, 내가 쓴 글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일, 자료 조사를 위해 고민하고 책을 읽는 일 등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도 꽤 많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정말 만족할 만한, 완전히 하고 싶게 만드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하고 싶지 않은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의 비중이 더 큰 일을 찾는 게 아닐까.
때로는 하기 싫은 일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거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의외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 때문에 경험이 중요하다는 진리가 나온다.
나의 경우는 중학교 1학년 때 줄넘기 2단뛰기 시험이 그랬다. 체육 시간에 시험을 위해 2단 뛰기를 처음 해본 나는 매우 충격을 먹었다. 왜냐하면 내가 겨우 1개 밖에 못했기 때문이다. 주위에 나만한 애가 없었다. 쪽팔리기도 하고,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경쟁심, 그리고 기타 등등 때문에 아침 6시부터 30분에서 1시간 동안 근 한달을 연습했다. 그리고 나는 시험에서 50개가 넘는 2단 뛰기를 해 만점 받았을 뿐만 아니라 1학년 말에는 100개가 넘는 2단 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일은 내가 하기 싫었던 일이었지만 하다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내 운동능력이 꽤 괜찮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사실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자기를 다 알기란 매우 어렵다. 자기가 자신을 잘 안다고 하지만, 때로는 타인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로 선택에서 고민이 될 때 이런 저런 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지만, 무작정 괜찮아 보이는 직업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나는 대학생 때 막연히 ‘나는 조용하고 책을 좋아하니까 사서도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작년에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해 본 결과 이 생각이 아주아주아주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조용한 것도 맞고 책을 좋아하는 것도 맞지만, 사서의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단 하루도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건 형태로는 단순하지만 매번 내용은 바뀐다. 단순함 속에 숨겨진 창의성과 복잡성이 내게는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활동이지만, 겉과 속 모두 단순한 작업은 지옥과 다름 없다는 걸 그 때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나중에 성격 검사를 해보고, 내게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는 걸 알았다.
최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다. 어제 썼듯, 경제적 독립과 자립에 대한 외부적 요구에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를 지망하고 있지만, 당장에 수입이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양극성 장애로 인한 제한과 나의 흥미와 적성, 하고 싶은 일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제 2의 직업을 찾아야 한다. 플로리스트가 꽤나 근접하다고 보는데, 이것도 투자해야할 초기 비용과 시간이 꽤 있기 때문에 아주 적합하다고 하긴 어렵다. 최대한 2월 내에 결론을 보려고 한다.
매번 생각하는 건데,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수저로만 태어났어도 선택지가 다양했을 거 같다. 배고파야 예술을 한다는 말은 정말 개소리인 거 같고, 최소한 삶을 살 기반은 있어야 뭘 할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