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이지만 작가입니다
직업 :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에서 말하는 직업의 정의를 간단히 말하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이 일을 통해 수입이 발생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현재의 나는 '무직'이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이라고 물을 때 '무직' 혹은 '백수'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작가 지망생'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갖다 붙인다.
사람들에게 '작가 지망생'이라고 말하면서 문득 '작가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를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책을 낸 사람, 그러니까 출판을 한 사람을 작가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전적 정의에 더해 출간 여부와 상관 없이 하나 이상의 작품을 완성했고 자신이 '작가'라는 인식, 그러니까 '작가의식'이 있는 사람도 작가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이 정의하는 것 - 출간 여부가 작가임을 결정하는 것, 그리고 출간이라는 과정 자체가 타인의 인정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 이 아닌 자기의 정의에 의해 작가임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꼬리표로는 길고 험난한 작가의 삶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인턴이 정직원과 같은 마음 가짐 혹은 책임 의식을 가질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인턴이라면 정직원 수준의 전문성이나 책임 의식이 부족할 수 있고 그런 걸 요구하기도 어렵다. 마찬가지로 작가 지망생은 작가가 글을 대하고 자기 작품을 대하는 마음과 같을 수 없다. 작가 지망생은 '나는 아직 작가가 아니니까' 라는 생각에 유예 기간으로 생각하며 진지한 자세로 글과 작품을 바라보기 어려울 수 있다. 아마추어 선수와 프로 선수의 차이랄까.
물론, 내가 무조건 외부의 기준을 무시하자고 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외부 기준에 자신을 규정하지 말고 비록 그 기준에 못 미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을지라도 본인 스스로는 자신이 '작가'임을 늘 상기하며 살자는 거다. 프로 선수가 좋은 성적을 위해 사소한 것도 신경쓰는 것처럼 작가 의식을 가지고 생활 습관을 관리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다보면 내 이름이 쓰여진 책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에 시민 대학 강의를 들을 때 만난 강사님의 말씀이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강의였는데 강사님 또한 예술가셨고 이야기하다가 작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 지망생'과 '작가'의 정체성 사이에서 저울질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강사님은 내게 완성한 작품이 있냐고 물어보셨고 고3 때 소설 하나를 완성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내게 "작품을 완성했다면 그때부터 작가다"라고 말해주시고는 내게 꼭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셨다.
내게는 강사님의 말씀이 하나의 계시와 같았고 큰 울림으로 남았다. 그 이후로 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여기면서 생각하고 관찰하고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소개할 때 '작가 지망생'이라고 입을 열지만 마음 속으로는 '작가'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는 작가 지망생이지만,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