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이른 새벽부터 저절로 잠에서 깨는 날은 무엇인가 특별한 미션이 예정된 날이다.
오늘 역시 그런 날이다. 00연구원에서 요청한 한 연구용역의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갑작스러운 섭외 전화를 받고 주말 동안 제대로 맘 편히 쉬지도 못하고 분주한 휴일을 보냈다.
매번 시나 다른 지자체로부터 강의나 포럼 참여 요청을 받을 때면 늘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이번에 주어진 이 일은 또 나를 어떤 길로 이끌까?”
20대 시절부터 나에게 힘들고 버거운 일이 주어지더라도 꾸역꾸역 끝까지 해내고 나면 항상 예상치 못한 결과가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운이 좋을 때는 새로운 기회가 뒤따르기로 했고, 그렇지 않을 때에도 그 경험 자체가 나에게 큰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내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외부의 활동이 주어질 때면, 주어진 시간 안에 없던 역량까지도 키워내면서 최선을 다해 잘하려고 애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문화적 관점에서 000 사업 등재 준비를 위한 연구용역에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의견을 내는 것이었다.
불현듯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더운 여름이면 시청 앞 거리를 꽉 메웠던 노동자들, 그 근처에 살던 나는 매운 체류탄 냄새와 커다란 북소리와 주먹을 불끈 쥔 사람들의 구호에 맞춘 노랫소리를 들었던 기억.
이곳에 있어 음악은 단순한 여가 수단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펼쳤던 투쟁의 수단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음악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곰곰이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늘 무대와 관객석 사이,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개막 공연날이 가까워지면 음악은 항상 내게 압박감을 안겨주는 애증의 대상이었고, 순조로운 공연 기간에는 무료한 일터를 벗어나게 해주는 여유이기도 했다. 평생 이어온 이 일에서 음악은 언제나 중요한 수단이자, 때로는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했다.
특히 오늘은 그 음악 덕분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내 업무의 폭을 한층 넓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남들은 애써 시간을 내야 향유할 수 있는 음악을...나는 늘 다양한 형태로 일터와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매번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겨주는 이 일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