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어느날, 새로 생긴 꿈
이혼 후 10년 #29
12월 31일, 나는 제주에서 짧은 휴가를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부모님 댁으로 가는 시내버스 안에서 어지러웠던 마음을 정리하며, 새해부터 새롭게 진행할 계획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냥 내일 아침부터 QT나 해야겠다."
QT(Quiet Time)는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에 성경 구절을 읽고, 기도하며, 하나님과 조용한 동행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제대로 된 교회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저 우연히 얻게 된 한 QT책을 통해 대충 매일 아침 영어 공부를 하듯 성경 공부도 하면 좋다고만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랜 만에 버스 밖 풍경을 감상하자니 한결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창 밖으로 커다란 건물 외관에 <OO 드림센터>라는 싸인물이 크게 눈에 띄었다.
"OO드림센터? 뭐하는 곳이지?"
내가 평소 좋아하는 Dream이라는 단어를 붙인 건물이라니...나름 신선했다.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교회 건물이었다.
"에이...그럼 그렇지..."
뭔가 꿈을 꾸는 열망으로 붙인 이름일 줄 알았는데 그냥 교회 건물이라 다소 실망했다.
오랜만에 애들 없이 부모님댁에 있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꽤 빨리 흘렀다.
어느덧 어두워지는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깜빡 잊고 있던 QT가 생각났다.
'내일아침부터 QT 하려면 오늘 책을 사야 되는데...'
급하게 검색해서 기독교 서점 몇 곳에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 시내에 있는 서점에서 내가 도착할 때까지 문을 닫지 않고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고향에서는 교회에 가본 적은 대학생 시절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큰오빠 부부가 데리고 갔을 때였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를 따라 절에 다니며 초등학생부터 불교학생회 임원을 맡았던 나에게 큰 새언니가 교회에 딱 한 번만 가보자고 설득했다. 억지로 끌려간 예배시간이 즐거울 리 없었고, 알지 못하는 노래를 모두가 부를 때 나의 반항심이 발동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
옆에 앉은 큰언니는 화도 내지 못한 채, 나를 흘겨보며 자신의 찬양가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교회 밖을 나오면서 큰 새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이제는 제가 너무 창피해서 교회에 못 데리고 오겠네요!"
그랬던 내가 이제는 새해를 맞아 기독교 서점을 찾는다니...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나는 가장 읽기 쉬운 QT책을 계산하며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오늘 밤에 송구영신 예배 드리기 좋은 곳이 어딜까요?"
서점 주인은 뜻밖의 내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서점 주인은 뜻밖의 내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요즘 이 도시에서 제일 번성하는 교회는 OO드림교회예요."라고 했다.
그녀는 낮에 내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눈에 띄었던 그 교회를 추천해 주었다.
항상 집은 작아도, 다니는 교회는 커야한다고 생각했다. 고향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다는 말에 끌려 밤 11시에 OO드림센터의 송구영신 예배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목사님 설교를 100% 완벽하게 이해하는 첫 경험을 하게 되었다. 2층에 앉아 있던 나는 수백 미터 떨어져 있던 목사님이 나만을 위해 설교하는 것 같은 특별한 체험을 했다. 그 사이, 시간은 12시를 넘어 신년 인사를 위해 40여 명의 목사님들이 차례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나는 그 대단한 교회 규모와 담임목사님의 쉽고도 은혜로운 설교에 완전히 압도당해 버렸다.
그리고... 기도시간에 나도 모르게 이렇게 기도해 버렸다.
"주님! 제발 매주 이 교회에서 예배드리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