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앞에 닥친 박람회 프로젝트 회의를 위해 서울에서 손님 두 분이 5시간 거리의 우리 회사로 방문하셨다.
빠듯한 연속 회의 후에 그분들이 구청에 콘텐츠 계약 체결을 위해 넘어가야 했다.
실감나는 AI 영상 소스를 위해 **역에도 가야되는데 먼 이동 거리 때문에 주저하시길래 내가 대뜸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컨펌을 요청하는 업무는 왜이리도 많은지...자리를 비울 상황이 아니었다.
급한 대로 유일한 남자 팀원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PM 6:05
퇴근 시간에 임박해 급히 사무실로 돌아온 남자팀원은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계약하러 오면 교통비가 따로 안나오나요?”
3시간 동안 본인 업무를 못했다며...장난스럽게 의자를 내리치며 ‘다음부터는 기사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가야했는데 미안하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내가 잘못인지, 그의 월급쟁이 가치관이 잘못된 것인지...예전 같았으면 면전에 바로 화를 내고도 남았을 순간이었다.
힘껏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누르고 친철한 척 한마디를 해줬다.
“00주임이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3시간이면 소장님 같은 분과 함께 차를 타고 간 시간 동안 엄청난 지혜를 얻고도 남았을...”
“팀장님! 죄송하지만 감독원 임명 결재 좀 해주세요!”
눈치가 없는 듯 있는 다른 직원이 내 말꼬리를 급하게 자르며 결재를 재촉한다.
MZ라 그런건지...그들이 ‘문제’라서 MZ인건지...헷갈리는 밤이다.
문화예술에 1이라도 관심이 있는 직원들이었다면 유능한 문화기획자와 함께 하는 차 안에서 씩씩거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최대한 잘해내기 위해 이것 저것 물어보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그는 그저 칼퇴를 하기 위해 쌓여있던 사무실 업무가 더 급한 모양이었다.
결국 그는 운전으로 해내지 못했다고 말한 그 업무를 내팽개친 채 칼퇴를 해내었다.
그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나를 탓해야할지...회사를 잘못 고른 그를 탓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심란한 하루를 보낸 나에게 해줄 말은...
“그래도 잘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