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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Jun 08. 2016

자화상

슬프도록 아름다운...

호두까기 인형 같은 큰 눈 가면을 쓴 남자의 노래가 슬프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 나라로 갈 수 있다네...


미워하는 마음 없이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기만 해도 아깝지 않은 사람에게 미움이라는 감정적 기재는 배제할 수 있을 거라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뭐든 될 거라 생각하는 게 사람이라지만 처음부터 결론지어진 시작이었고, 관계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감정들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스멀스멀 어른대는 갈등과 고민에 세상의 온갖 태연함은 다 끌어다 붙이며 애써 아니라고 부인했다.

아무것도 아닌 세월, 젊음 따위가 부러웠고 그 아무것도 아닌 거에 주눅이 들었다.  

느슨해진 감정의 고삐는 순식간이었고, 한번 풀리니  걷잡을 수가 없었다.  

고삐 풀린 감정은 더 이상 자가 컨트롤이 불가능했다.  제 멋대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사투가 시작되었다.   나와 나 아닌 나.

끊임없이 번뇌하다 다짐하고 내 안에 소리쳐 고해 보지만 영혼의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새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나 아닌 나를 몇 번이나 놓쳤던 걸까? 걸어도 걸어도 그의 세상에서 벗어나 지질 않는다. 낭패다. 머리로 느끼는 현실에 대한 괴로움을 뒤로 한채 그의 세상 안에서 웃고 있다.   바보 같다.  웃음은 허망하고 눈빛은 작은 바람에도 사그라 들것처럼 위태롭다.  피에로 같다.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옷을 입고 무게에 짓눌려 허둥거리는 피에로.  무거우면 벗어버리지, 끝끝내 허연 이를 드러내고 버둥거린다.  

피에로.  자화상이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의 세상 안에서 너는,

최소한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거기서 버렸던 너를 잘 기억해야 한다.  진짜  네 모습이 어땠었는지.  

허망히 부유하듯 걸었던 거리만큼 되짚어 기억해 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시간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다.  



글 : iris

사진 : 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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