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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쁨이 주는 도파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소설 '바르셀로나의 유서'

by 시안
파울라.jpg 파울라 마르티네스 괄_출처 아시아경제 "스페인어에 '언니'·'오빠' 없어 번역 힘들었죠"[한국어시대①]

'바르셀로나의 유서'는 유명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씨의 오토픽션 소설이다. 오토픽션은 자전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허구가 더해진 장르다. 그래서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작가 주변의 실제 인물들이다. 강토는 작가옆을 오랜 시간 지켜준 남자친구이자 남편이고, 파울라는 실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스페인어 번역가 파울라 마르티네스 괄이다. 예쁘다기에 설레며 찾아봤더니 작중묘사처럼 엄청나게 예쁘다ㅎㅎ 책 속에 묘사하기를 파울라는 하루 6시간 이상 공부나 일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고 한다. 그런 그녀 옆에서 작가로 대변되는 이샘이라는 주인공이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는 심리가 묘사된다.



예쁨이라는 건 그 자체로 심미적인 즐거움을 준다. 아름다운 예술작품 앞에서 심장이 울렁거리는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을 면 계속 시선이 간다. 그리고 더 중대한 의미.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그저 예쁘다는 것 만으로 마주치자마자 반색하는 사람들, 자신이 받아들여질게 확실한데 자신감이 없을 수가 있나.



마음에 블랙홀이 있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으로 인해 오는 관심과 사랑은 마약 같은 게 아닐까. 피상적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직관적이고 솔직하기에. 존재만으로 받아들여지고 싶었던 최초의 욕구는 불발되고,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생각보다 도파민이 쭉쭉 뽑히는 현실을 만났을 거다. 거기에 탐닉되지 않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더 아름다운 사람들은 끝도 없이 많고, 한시적이며, 그 얄팍함에 질릴 때면 더 외로워지고, 그럼에도 끊을 수가 없는. 결핍이라는 건 도무지 채워지지가 않는 거라 더더더더더. 백세희 작가가 떠난 후 뒤늦게나마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그녀의 책을 한 권 두권 읽으면서 그녀의 삶에 쳐들어가 당신 정말 예쁘다고, 정말 대단하다고 믿을 때까지 말해주고 싶었다.



요즘 나는 나를 양육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첫째 불합리한 죄책감 느끼지 않기. 한 가지 예로 엄마는 돈을 아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신 분이다. 물론 낭비하면 안 되겠지만 무언가를 살 때 죄책감을 느끼고, 돈을 절약하는 게 최대의 목표가 되는 건 나의 신념이 아니다. 이를테면 독감주사 맞으려면 제일 싼데 찾아서 맞아야지. 이런 말을 들으면 잠깐 멈춰 서서 내가 그렇게 하고 싶나?를 먼저 판단해 본다. 물론 저렴한 데를 찾아서 맞는 게 야무지다고도 생각한다. 그저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모든 행동에 가치판단을 할 때 나라는 사람은 돈을 아끼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하지 않는 데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다는 거다. 의식하고 보니 나는 꽤 자주 불합리한 죄책감을 도처에서 느끼고 있었다. 늦잠을 자거나, 많이 먹거나,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지 않았거나 등등. 이렇게 나를 메우는 노력들이 쌓이면, 과도하게 갈구하는 마음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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