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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없는 삶도 역시 어렵네

퇴사 후 소회

by 시안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6개월 만에 도망치듯 퇴사를 하고, 갑자기 24시간이 온전히 주어졌다. 플랜 B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퇴사가 생각보다 빨랐다. 몇 주간은 감정적인 외상이랄까. 좀 쉬었고. 다시 생산적으로 살려고 하니 강제성이 없어 하루를 잘 관리하기 쉽지가 않다. 이런 공백이 생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매일 출석하거나 출근할 곳이 삶을 관리하기 쉽게 한다. 적을 걸어두면 안정감이 들기도 하고.


뭐든 그럼에도 불구하고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사랑해서 헤어질 수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악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퇴사를 할 때 본부장님이 해주셨던 말. 선택을 할 때는 숙고해야겠지만 이미 선택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라고. 그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라고.


최선을 다했고 내 감정에도 솔직했던 시간이었다. 나는 내 감정과 생각을 잘 아는 사람이라서, 내린 결정에 후회한 적이 별로 없다. 싱가포르에서 승무원 생활을 정리했을 때도 몇 달을 고민해서 결정했고 지금까지 1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렇게 승무원 생활 다시 안 할 각오하고 그만둔 건데 어쩌다 보니 다시 비행하게 되어 꽤 설레기도 한다. 꿈꾸던 항공사에 들어가는 만큼 더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임해야지. 그리고 승무원 이후의 삶. 내 업을 찾는다는 게 회사에 매일매일 출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 거 알지만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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