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만난 '당신'

by 이운수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스크린 도어에서 시 한 편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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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 이운수


김치통 맨 아래 묻어둔

무 하나 꺼냈다


껍질은 물러졌고

단맛은 깊어졌다


누가 봐도 예쁘지 않은 그 속에

시간이 들었다


화려하게 피지 않아도

속으로 차곡차곡 익어온 사람


세상엔

그런 맛을 내며

사는 이들이 있다



몇 달 전

'서울詩 지하철 공모전'에 당선되었던

「당신」이라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시는

노트에 적힌 글이 아니라

사람들의 하루에 조용히 내려앉은

한 편의 위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퇴근길에 지친 어깨로,

누군가는 연인과 기댄 채로,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로

이 글자 앞을 지나갔을 것입니다.


사람들 발걸음 사이에 놓인 글자들이

잠시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쉼표 하나 놓아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오늘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속에

시 한 편은

그 사이에

조용히 서 있습니다.


도시는 계속 달리고,

시는 그 틈에서

사람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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