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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Apr 11. 2021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꼭 지켜야 할 '이것'

feat. 볼륨을 낮춰라

응? 뭐라고?


할아버지는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셨다. 방학이나 명절을 맞아 시골에 갈 때면 할아버지가 항상 귀에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계셨던 모습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뵙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면 할아버지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셨다. 헤드폰 너머로 음악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 볼륨을 크게 해 놓고 음악을 들으셨기 때문이다. 심지어 헤드폰을 벗으셨을 때도 할아버지는 전축의 볼륨을 크게 틀어놓으셔서 집전체가 쿵쿵거릴 정도였다. 유일하게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식사시간이나 명절날 새배를 드리는 때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주들의 말을 잘 듣지 못하셨다.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인사를 드리면 항상 "응? 뭐라고?"라고 하셨다. 심지어 안부 전화를 할 때에도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도 "응? 뭐라고?"였다. 오랫동안 음악을 크게 들으셨던 탓에 청력이 안 좋아져서 잘 듣지를 못하셨던 듯하다.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는 병환을 얻으셨고 병원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실 때에도 결국 내 말을 듣지 못하신 채 하늘나라로 가셨다.


오늘날 우리의 귀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지나치게 시끄러운 소리다.

- <볼륨을 낮춰라>, 15p






청력은 얼마나 중요할까?


나는 건강을 크게 잃었다가 회복하면서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금은 건강해진 나의 신체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지만 언제, 어디든 달릴 수 있는 두 다리와 아름다운 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두 눈이 건강한 것에 특히 더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볼륨을 낮춰라>라는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변하게 되었다. 평소 귀(청력)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던 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력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할까?

청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자료들이 있지만 이 한 사람의 사례를 통해서도 많은 공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바로 평생을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를 함께 안고 산 '헬렌 켈러'이다. 그녀는 1982년 생후 19개월에 '급성 위장 및 뇌 충혈'이라는 병에 걸렸고 이로 인해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다. 헬렌 켈러의 사례를 알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전히 청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를 하지 못했었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평생을 보낸 후,
듣지 못하는 것이 보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듣는 것은 수준 높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 필수입니다.
듣기에서 배제되면 실제로 고립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 헬렌 켈러


헬렌 켈러의 말처럼, 청각 장애는 사회적 고립과 인지력 감퇴를 일으킬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전부 모인 자리에 끼시는 법이 없으셨다. 가끔 차 한 잔 하는 시간에 잠시 앉으셨다가도 얼마 있지 않고 금세 일어나셨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은 기억에 없다. 듣기를 어려워하시는 할아버지께 어쩌면 그 자리는 몸은 함께 있어도 교감하지 못하시고 고립감을 느끼시지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각 장애는 훨씬 큰 불행이다.
그것은 가장 필수적인 자극,
다시 말해 언어를 불러오고,
생각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우리를 인간이라는 지적 동반자 틈에 있게 하는 소리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헬렌 켈러






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참고로 갓난아이의 내이는 이미 완전히 자라 성인의 내이와 같은 크기이며, 우리의 신체가 끊임없이 다시 채워놓는 미뢰나 후각수용체와 달리, 가장 연약한 이 부분은 재생되지 않는다.

- <볼륨을 낮춰라>, 13p


재생이 되지 않는다니!? 귀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시력은 안 좋아지면 안경이나 시술 같은 것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물론 청력도 보청기라던가 계속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 청각 조직은 너무 작고 복잡해서 과학자들도 아직 그 모든 구성요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귀지는 왁스가 아니다. 귀지는 외이도를 따라 흐르는 분비물과 죽은 피부 세포, 그 밖의 자질구레한 것들로 구성된 끈적이는 물질이다. 귀지는 벌레와 먼지, 안으로 들어오는 작은 물질들을 가두었다가 조금씩 뱉어내며, 가벼운 항균 물질로도 작용해 고막을 보호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귀지는 우리가 씹고 삼키고 다른 자연적 행동을 하는 동안 공기 중으로 이동해 떨어져 나가므로 특별히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 <볼륨을 낮춰라>, 123p


나는 평소에 샤워 후에 면봉으로 귀를 청소하는 습관이 있다. 물기를 닦으려는 것도 있지만 면봉으로 귀를 청소할 때 주는 느낌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껏 귀안을 꼼꼼하게 휘저어주고 나면 그 상쾌함이란! 하지만 책에 따르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귀지 문제는 흔히 귀지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신중하지 못한 시도를 할 때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문제의 주범은 바로 면봉이다. 이 사실  또한 나를 놀라게 했다. 귀의 청결을 위해 했던 행동이 오히려 귀 건강에 좋지 않다니... 귀의 치료나 다른 불상사(귀 안에 이물질이나 벌레가 들어간 경우 등)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람에게 귀지 축적으로 인한 전도성 난청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은 잘 듣는 사람보다 일찍 죽고 나이가 들수록 온갖 종류의 건강관리에 더 많은 돈을 쓴다.

- <볼륨을 낮춰라>, 19p






당신의 청력을 지켜라


이번 책을 읽으면서 할아버지 생각이 참 많이 났다. 가족들과 생활하시면서, 그리고 하늘로 가시기 전까지도 소통이 어려우셨던 할아버지는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우셨을까. 그러면서 문득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오래도록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사람들과의 소통과 유대감 속에서 느끼는 행복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물론 기술이 발전하고 더 좋은 치료방법이 계속해서 나오겠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건강은 내가 잘 관리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소음들에 둘러싸인 채 소중한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 청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건강한 쳥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관심 있는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기술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차이를 매우도록 돕는다 해도,
우리에게는 인내와 공감, 이해심 또한 필요하다.

- <볼륨을 낮춰라>, 287p






* 참고 : <볼륨을 낮춰라>, 데이비드 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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