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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Nov 08. 2021

갑질 한번 제대로 해봅시다

feat. 이것을 알면 힘이 생긴다

갑질 논란의 시대


나보다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았던 그 사람은 늘 자신보다 어리거나 낮은 직급자들을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말을 하곤 했다.


"나만큼 하는 인간들이 어째 한 명도 없냐!"

"○○ 나부랭이들이 뭘 알아!"

"성과도 없는 것들이 무슨 얘기를 해!"

"○○ 직급 아래로는 생각을 하면 안 돼!"


처음엔 기분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술이 취해서 그러는 거겠지 싶었지만, 그런 언행은 몇 년이 지나도 바뀌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물론 평상시에는 친절한 모습도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 당사자들 뒤에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왔던 터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무도 그를 진심으로 따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예스맨을 하고 존경과 감사의 표시를 하기는 했지만 진정성 있는 충성심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본인만 그 이유를 모르는 듯했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실제 그 어떠한 힘도 없었다는 것이다. 소소한 복수를 하기는 했어도 인사권자도 아닐뿐더러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그가 했던 것은 그저 '힘에 대한 착각'에서 오는 '갑질'이었을 뿐이었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단순히 자신의 나이가, 직급이, 때로는 직업이 벼슬이며 권력인 줄 착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갑질 논란의 시대, 도대체 권력(힘)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힘을 얻고 써야 하는지, 갑질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을 만났다. 바로 <권력의 원리>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통제는 내가 누군가를 통제하든 혹은 누군가로부터 내가 통제를 받든 모든 상황에서 힘의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 <권력의 원리>, 26p


권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누군가에게 힘을 행사하려면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 즉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돈, 물, 땅, 집 등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소속감, 명예, 존경심, 인정 등 심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지저분한 방을 청소하면 쿠키를 주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아이가 쿠키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부모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아이가 굳이 방을 치우지 않아도 항상 쿠키를 주시는 할머니가 있다면, 이 역시도 아이는 부모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게 될 것이다(물론 몽둥이라는 최후의 필살기가 남았지만, 이는 아이를 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권력의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개인적인 목표 추구뿐 아니라 우리의 집단적인 미래 형성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데도 핵심 열쇠가 된다. 개인의 힘과 집단 힘은 본질적으로 같다.

- <권력의 원리>, 15p


권력이 작동하는 원리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누군가 나에게 권력을 행사하려 할 때 그것이 부당한 것이고, 굳이 내가 감당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를 알고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쳐야 할 때 제대로 된 전략을 짤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의 작동 원리 외에 추가적으로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권력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3가지 오류이다.


악에 저항하든,
선을 행하든 어떻게 권력이 작동하고,
어떻게 그것을 손에 넣고 행사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은 필수다.

- <권력의 원리>, 14p




권력에 대한 3가지


힘이란 오직 관계 안에서만 존재한다. 관계를 벗어나면 힘이 세고 약하다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요컨대 힘이란 관계의 당사자가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인 셈이다. 그래서 힘 자체만 놓고 보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행사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 <권력의 원리>, 47p


첫 번째 오류는 권력은 소유하는 것이며, 일부 운 좋은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힘은 늘 상대적이다. 우리 모두는 상대방에게 힘을 행사하는 동시에 상대방 역시 우리에게 힘을 행사한다. 힘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힘의 균형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연스레 이동한다.


두 번째 오류는 권력은 위치적이므로 왕이나 왕비, 대통령, 장군, CEO, 이사회 등 부자와 유능한 사람만이 보유한다는 것이다.

권력과 권위는 일치하지 않는다. 상사는 권위를 이용해 지시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그 지시를 반드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곳에서든 조직의 임무나 생존에 핵심 자원을 제공하는 사람은 공식 서열과 상관없이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 오류는 가장 만연한 것으로 권력은 더럽다는 것이다.

힘은 그 자체로는 본래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다. 힘이 어떤 목적으로 쓰이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일단 힘을 얻게 되면 누구나 으레 가기중심적 생각과 자만심에 취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은 공감 역량(자기중심적 생각에 대한 해독제)과 겸손 역량(자만심에 대한 해독제)을 기름으로써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힘을 맛봄으로써 느낄 수 있는 중독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그것을 남용하지 않고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워야 한다.

- <권력의 원리>, 53p




모든 건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요컨대 힘이 가진 나쁜 성질을 제거하고 힘을 얻으려면 다음 두 가지가 수반돼야 한다. 첫째, 상호의존성을 인식함으로써 자기 자신에만 집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키워가는 것. 둘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오만을 떨쳐 내고 겸손한 태도를 갖춰 가는 것. 결과적으로 공감과 겸손은 이기적인 목표를 버리고 이타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은 힘을 도덕적으로 사용하는 핵심 요소다.

- <권력의 원리>, 77p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누구든 힘이 생기면 예외 없이 힘이 주는 중독 효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갑질 논란의 주인공은 언제든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권력은 악한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악한 목적을 방지하는 방법은 권력에 등을 돌리는 게 아니다. 권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함으로써 한 개인으로서 또 시민 집단으로서 우리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고 부당한 권력 체계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권력의 원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권력이 가진 취약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선하게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갑질을 제대로 한다는 것, 힘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강압적으로 무언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힘을 나누고 함께 좋은 일에 쓴다면 좀 더 나은 개인, 조직, 그리고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갑질이 만연한 요즘, 힘 한번 제대로 쓰고 싶은 모든 이가 <권력의 원리>를 일독하기를 추천하며 이만 마친다.


힘을 가졌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할 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 토니 모리슨





* 참고 : <권력의 원리>, 줄리 바틸라나, 티치아나 카시아로

http://kyobo.link/99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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