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 the 하트히터 Dec 12. 2021

노화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feat.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일까?


나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90세 가까이 살다가 돌아가셨다. 나름 장수하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두 분 다 10년 남짓한 세월을 건강한 모습이 아닌, 침대 위 병자로서 살다가 가셨다는 것이다. 어느 날부터 할머니의 치매가 진행되었고, 그와 맞물려 할아버지의 노환도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두 분의 병환은 10년이 넘게 이어졌고, 나는 부모님이 오랜 세월을 힘들게 병수발하시는 모습을 직접 지켜봐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첫 번째로 든 생각은 나의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시다는 것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결 같이 지극정성으로 병수발을 드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건강하지 않은 채 오래 사는 것은 본인이나 주위 사람에게 '재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 집은 그 이후로 재앙이 왔다. 경제 형편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부모님 두 분 다 건강을 크게 잃으셨다.





노화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새로운 재앙과 직면하게 됐다. 바로 노화다. 세계 어느 곳에 살고 있든 당신은 아주 오래 살아 노쇠, 독립성 상실,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경험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지금은 노화의 시대다.

- <에이지리스>, 44p


우리는 현재 '100세 시대'라 일컬어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 그리고 공공위생과 영양공급의 개선 덕분에 점점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 산다는 것이 그저 축복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 감에 따라 우리는 과거의 선조들이 겪지 않았던 저주를 겪게 되었다. 바로 '노화'다.

책에 따르면 노화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기대수명이 높지 않았던 과거에는 노화가 시작될 무렵, 혹은 그전에 사망했다. 노화로 인한 질병과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 세계 인구의 90퍼센트가 기대수명이 65세 이상인 국가에서 살고 있고, 기대수명이 60년을 넘는 국가가 99퍼센트다. 오래 산다는 것은 곧 노화와 맞닿뜨릴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막대한 결과를 낳는다. 노화는 독립성과 삶의 질은 저하시키고 질병과 사망의 위험은 극적으로 높여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효과를 갖고 있다. (...)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가서는 나이 든 친구나 가족을 돌보아야 할 입장에 서게 된다. 노화의 효과는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가 모든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 <에이지리스>, 12p


우리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질병들의 근본 원인은 노화로부터 시작된다. 현대 의학은 질병을 따로따로 치료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큰 성공을 누려왔다. 현대 의학의 다수는 증상의 치료를 목표로 하거나, 여러 질병의 근본 원인으로부터 몇 단계 떨어져 있는 요인을 치료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들은 부차적인 해결책일 뿐 궁극의 완치가 될 수는 없다. 현재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완벽히 완치한다 해도 늘어나는 기대수명은 3년이 채 못 된다. 사망률 2위인 심장질환도 그와 비슷하게 기여 효과가 미미해서 기껏해야 2년 정도다. 하지만 개개의 질병이 아니라 노화 자체를 치료하게 되면 세상이 바뀌게 된다. 앞서 말한 대로 노화는 세계적으로 사망과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노화를 이해하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화는 엄격하게 정해진 변경 불가능한 생물학적 필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노화를 치료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문화적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 <에이지리스>, 23p




오래 살아서 더 오래 살기


기대수명 중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명의 대부분은 생활방식과 운에 달려 있다. 운은 말 그대로 운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찌 해 볼 부분이 없다. 하지만 생활방식의 선택을 통해 기대수명을 극대화하는 법에 대해서는 과학적 제안이 많이 나와 있다.

- <에이지리스>, 357p


책에는 우리가 노화하는 과학적 이유와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읽기만 해도 인생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교양을 얻게 될 것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지금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실 우리와 같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해나갈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그것들을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들은 이미 수도 없이 접한 진부한 얘기들이다. 담배 피우지 않기, 과식하지 않기, 운동하기, 7~8시간 수면 취하기, 치아 관리 잘하기, 햇빛 차단하기, 심박수와 혈압 체크하기  등등 책에서 제시하는 것들을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안다고 해서 모두 실천하지 않는다. 안다고 하면서 왜 실천하지는 않는 것일까? <에이지리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저 당연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노화를 완치한다고 해서 영원히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과 주변의 고통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부수적인 효과로 수명도 늘어날 것이다.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일 수 있다. 건강을 챙기는 것에 늦은 때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나무를 심기에 제일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지만,
두 번째로 좋은 날은 바로 오늘이다.

- <에이지리스>, 359p





* 참고 : <에이지리스>, 앤드류 스틸

매거진의 이전글 갑질 한번 제대로 해봅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