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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Dec 27. 2021

우리는 왜 타인을 돕는가

feat.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

함께 달리고, 함께 나누다


체인지 러너스 단톡방 캡쳐 화면

현재 나는 '체인지 러너스'라는 달리기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이다. 커뮤니티가 생긴 이래 2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즐거운 일, 기쁜 일도 많았지만, 얼마 전 정말 가슴 따뜻해지고 감동적인 경험을 했다. 함께 하시는 분들 중 어느 한 분이 최근 회사와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셨다는 소식을 전하셨다. 그러자 다른 한 분이 그분을 위해  함께 '위로 런(Run)'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셨고,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신 것이다. 각자 있는 곳에서 달리기를 한 후 따뜻한 위로의 문구를 넣은 인증 사진의 물결이 시작되었다. 대화방에 사진 한 장 한 장 올라올 때마다 '세상에는 참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증 사진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실 100여 명이 넘는 곳에서 실제로 얼굴을 대면한 분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지역이 떨어져 있어서 만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달리고, 함께 나누었다.





우리는 왜 타인을 돕는가


나는 지금 낯선 이들을 돕는 묘한 습관을 가진 깡마르고 똑똑한 유인원, 그리고 낯선 이들을 돕기 위해 종종 자신의 소중한 시간이나 귀한 보물은 물론 심지어 목숨까지 내놓는 유인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 <타인의 친절>, 10p


우리 인간을 흔히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물론 사회성을 가진 동물들은 많다. 개미, 벌, 유인원 등. 하지만 인간처럼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넘어 타인을 돕는 동물은 없다. 침팬지도 인간처럼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돕긴 한다. 그러나 처음 보는 침팬지를 돕기 위해 음식을 주거나, 목숨을 거는 침팬지는 없다.

그동안 인간이 가진 친절에 대해 진화적인 관점에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타인에 대한 친절의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다. 친절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오히려 본성에 위배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인간은 어떻게 타인을 향해 친절을 베풀게 되었을까?


<타인의 친절>, 마이클 맥컬러프

과거 수렵생활을 하던 인류는 정착생활을 시작한 순간(농업혁명)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어왔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을 바꿔왔다. 그런데 이러한 인류의 행동 변화는 진화 과정에서 천성적으로 발달한 것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 그리고 '무역'의 발달 덕분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은 교통과 통신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정보의 전달과 확장이 빨라졌다.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있어도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면 도와줄 수가 없다. 그리고 친절을 행하는 수단도 편리해졌다. 요즘은 기부도 스마트폰 버튼만 누르면 가능한 세상이다. 또한 무역의 발달은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을 다 윤택하게 만들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의존적이 되면서 양측은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할 부수적인 이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유인원들조차 인간의 가장 고귀한 특징인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심 없는 사랑은 도저히 이해 못 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찰스 다윈




친절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 인간은 멀리 있는 낯선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도로 진화되지 않았으며, 더욱이나 멀리 사는 낯선 이들 중에서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우리 국경을 넘으려고 하는 낯선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진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듯, 인간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연민은 가르쳐져야 한다는 사실은 배웠다.

- <타인의 친절>, 460p


나는 희망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면과 부합해서 <타인의 친절>은 명확한 교훈을 준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류는 행동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위기에 직면해있다(환경오염, 기후 변화, 빈부 격차, 집단 갈등, 지역 분쟁 등). 그러나 과거 인류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타인에 대한 친절을 베풂으로써 생존해온 것처럼, 현재의 우리 역시도 희망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더 나아가서는 현재의 우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친절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고, 롤 모델이 되어줌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친절의 가치에 대해 가르쳐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인류가 오래도록 함께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 무엇보다 먼저,
너그러움과 이타심은 왜 모든 수고를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그 이유부터 가르치자.

- <타인의 친절>, 461p





* 참고 : <타인의 친절>, 마이클 맥컬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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