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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Feb 21. 2020

아프다, 뛰어야겠다!

feat. 힘들어도 힘이 난다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인가?
입맛도 없고, 자도 자도 피곤하고, 한없이 무기력했다. 밖에 나가는 것조차도 싫었다.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그런데 그런 내일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1년, 2년, 3년... 해를 거듭할수록 나는 점점 증상과 일상을 구분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가 뭘 하는 건지, 왜 살아야 하는지, 결국 생각을 넘어 극단적인 시도에까지 이르렀다. 무엇보다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른다는 게 나를 미치도록 비참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럴수록 나약한 나 자신을 향한 원망과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그렇다. 나는 우울증 환자였던 것이다.​

문득 살아야겠다는 정신이 들었을 때 내가 찾은 곳은 병원이었다. 병원을 다니며 약을 처방받고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수많은 우울증 관련 책들과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나는 나만의 싸움을 시작했다.


어쩌면 그 순간 우리는 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 <걷는 사람, 하정우>, 166p




아프다, 뛰어야겠다



의사 선생님뿐만 아니라, 많은 책들과 유튜브에서는 달리기를 권했다. 원래 운동도 꽤나 좋아했던 터라 달리기를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고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는 개뿔, 마음먹는다고 갑자기 될 리가 없다(우리 대부분은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하루를 뛰면 3~4일을 쉬어야 했다. 어쩌다 운 좋게 4일을 연속으로 뛴 날도 있었다. 그러다 또 어떤 때는 열흘 동안 한 번도 뛰지 못했다. 뛰다가 포기하고 다시 뛰다가 포기하고, 그러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만두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6개월의 사투 끝에 결국 달리기는 나의 가장 강력한 아군이 되어주었다. 나의 하루를 시작하고 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 좋은 책들과 좋은 커뮤니티를 통한 동기부여의 반복, 그리고 나의 꿈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루틴이란
내 신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얼마나 골치 아픈 사건이 일어났든 간에 일단 무조건 따르고 보는 것이다.
고민과 번뇌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묶어두는 동아줄 같은 것이다.


- <걷는 사람, 하정우>, 165p




닮고 싶은 사람, 하정우



나는 좋은 책은 큰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최근에 읽은 <걷는 사람, 하정우>도 나에게 바로 그러한 책이다. 사실 유명 연예인들의 에세이나 자서전 등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특별히 싫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를 편견 같은 게 있었던 듯하다. 이 책도 진즉에 사놓고는 몇 달을 방치해 뒀었는데, 읽고 나서야 '아.. 이걸 대체 왜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 <걷는 사람, 하정우>, 8p


언뜻 걷기가 뭐 그리 대단한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매일 우리는 걷지 않는가?).
그런데 걷기에 대한 그의 애정은 정말 남다르다. 하정우라는 배우에게 걷기는 단순히 행위를 넘어 그의 삶, 인격, 정체성을 압축시켜 놓은 것 같았다.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말이 정말 그를 위한 말 같았다.

읽는 내내 배우 하정우가 아닌, '사람' 하정우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생각, 좋은 언어,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에서였다.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 <걷는 사람, 하정우>, 34p




뛰는 사람, 나영찬



달리기 덕분에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다. 그동안 뛰었던 기록들을 보고 있자면 뿌듯하면서도 새삼 신기하다. 어느덧 달리기는 나의 삶의 벽 한 한 부분이 된 것이다.
뛰고 나면 온몸의 세포가 살아난다. 힘들어도 힘이 난다. 정말 살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배우 하정우에게 걷기라는 루틴이 있다면 나에게는 달리기가 있다. 달리기라는 좋은 습관을 통해 좋은 생각, 좋은 언어, 좋은 자세를 갖춘 내가 되어야겠다고 되새겨 본다.
나는 뛰는 사람, 나영찬이다.


내 컨디션이 좋고 여러 조건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을 때 비로소 걷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내가 정말 바닥을 기는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도 관성처럼, 습관처럼 걷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걷는다.


- <걷는 사람, 하정우>, 1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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