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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Feb 09. 2022

나는 울트라 러너다

feat. 전설을 보았다

- <나는 울트라 러너다>, 221p
내가 달려온 인생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살기 위해 달렸다.

- <나는 울트라 러너다>, 235p


꾸준히 달리기를 해오면서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고민거리가 있었다. 좋아하는 달리기를 야외에서 하자니 온열질환에 노출되고, 그렇다고 실내 트레드밀에서 뛰자니 나랑은 영 안 맞았다. 그래서 여름에 로드 러닝을 대체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찾던 중 트레일 러닝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작년 6월, 트레일 러닝을 처음으로 접하고 10월 '서울 100K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를 하게 됐다.


첫째 날 SKY A코스의 약 30km 지점(북한산 둘레길)을 지나 대서문을 향하고 있을 즈음, 기합소리인지 호흡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마자  단번에 '그분(!!!)'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전설의 울트라 러너 '심재덕'이다. 초보 트레일 러너인 나에게는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고 함께 뛸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하지만 영광을 누리는 것도 잠시, 내 실력이 한참 모자란 탓에 유유히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둘째 날 SKY B코스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온몸 구석구석이 분리될 듯 아프고 피곤했지만 첫째 날보다는 훨씬 수월한 코스여서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레이스 막바지인 광나루에서 광화문까지 약 15km 남짓한 거리를 내달리고 있을 때 다시 한번 그를 만났다. 이번에도 '파이팅~!' 응원을 남긴 채 나를 지나쳐서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고 있어야 했다.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몸으로 산과 로드에서 미끄러지듯 빠르게 달리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는 타인의 인생 스토리를 읽거나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 스토리들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부분이 나의 맥락과는 다르지만 분명 한두 가지 이상은 배울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그 사람의 타고난 재능이 다느니, 환경이 다느니 등으로 판단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재덕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책 <나는 울트라 러너다>는 '달리기'에 대한 나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심재덕이라는 러너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가 달려온 삶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불끈불끈 끓어올랐다. 마치 내가 그와 함께 뛰고 있는 것 같은 희열과 감동이 느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온몸이 근질근질할 정도이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 오프라인 대회들이 어떻게 운영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또다시 그의 모습을 보며 뛸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실력이 조금은 더 성장해서 단 몇 미터만이라도 그와 함께 달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부딪치고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 <나는 울트라 러너다>, 209p






* 참고 : <나는 울트라 러너다>, 심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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